안철수·김한길·추미애 지역구, 오세훈·안대희로 '맞불' 거론
박영선 지역구 구로을엔 이혜훈·조윤선 출마 권유
"아파트촌 늘어 지지층 변화"…당선 땐 당내 입지 강화 계기
[ 조수영/박종필 기자 ] 새누리당의 유력인사 ‘험지출마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새정치민주연합 중진 의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를 노리던 안대희 전 대법관, 서울 종로 경선에서 박진 전 의원과 맞붙을 예정이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히면서 야당 중진 의원의 지역구를 노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유력인사들을 만나 험지 출마를 권유하고 있어 야권 우세지역을 노리는 여권의 도전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새누리당에서 제기되는 험지출마론의 핵심은 경쟁력 있는 유력인사를 현재 야당이 잡고 있는 지역으로 보낸다는 것이다. 한 여당 중진의원은 25일 “수도권에서 여당이 열세이긴 하지만 어차피 득표율 10% 내외에서 당락이 결정될 정도로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곳이 많은 만큼, 경쟁력 있는 인사를 공천하면 해볼 만하다”며 “김 대표가 강조하는 180석 달성을 위해서는 수도권에서 절반 정도는 따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과 안 전 대법관의 새 지역구로 거론되는 대표적 ‘험지’는 서울 광진갑·을, 서울 강서갑 등이다. 각각 새정치연합 김한길·추미애·신기남 의원의 지역구다. 야당 거물급 인사들의 지역이자 최근 인구 구성의 변화로 야당의 절대우세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가 있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새 아파트단지가 많이 생기면서 외부에서 유입된 인구가 많아 예전에 비해 여권 지지자가 상당히 늘어났다. 경쟁력 있는 후보가 뛰어든다면 해볼 만한 지역”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안 전 대법관과 오 전 시장 모두 지역구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안 전 대법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이 정해주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부산 해운대를 포기한 것은 절대 아니다. 해운대도 야당에서 거물이 나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도 “‘종로 지역을 포함해 계속 논의해 결정하겠다’는 발표를 액면 그대로 봐달라”며 종로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서울 서초갑에 나란히 출사표를 던진 이혜훈 전 의원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에 대해서는 박영선 새정치연합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구로을 권유가 이어지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이나 조 전 수석 모두 서초갑에서 안전하게 당선되기보다는 박 의원을 이기고 돌아오면 당내에서 입지가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에서 야권 우세 지역이던 서울 동작을에서 당선돼 당내 중진으로 자리매김한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도 새누리당의 험지출마 대상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당초 정치 신인인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차출설이 거론됐으나 안 의원의 탈당 이후에는 오 전 시장과 안 전 대법관의 출마 가능성이 나온다. 안철수 신당 효과로 지지율이 올라간 만큼 거물급 인사로 맞불을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에서 새정치연합의 텃밭을 노리는 험지차출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야당에서는 전략공천 논의가 전무한 상황이다. 안 의원의 탈당과 연이은 현역 의원들의 연쇄 탈당으로 당 내홍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 관계자는 “집토끼 단속조차 안 되는데 전략공천 등을 논의할 여유가 있겠느나”고 했다.
조수영/박종필 기자 delinews@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