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근·파견직원 많은 회사 '난감' 하소연
[ 고은이 기자 ] 다음달부터 직장어린이집이 없는 기업 450여곳(직원 500명 이상 기준)은 연간 최대 2억원의 벌금(어린이집 설치 이행강제금)을 물게 된다. 영유아(만 0~5세) 자녀를 둔 직원들의 보육을 각 기업이 책임지도록 유도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개별 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데다 이행강제금을 납부해야 하는 주체도 명확하지 않아 오히려 부작용만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수당 지급해도 인정 안 돼”
25일 보건복지부와 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직장어린이집 이행강제금 대상이 되는 기업은 전국 450여개에 달한다.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 또는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인 기업 중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은 곳들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4월 현황 조사 결과 대상 기업 1200여곳 중 60% 정도만 어린이집을 설치했거나 민간어린이집에 위탁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연 최대 2억원의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까지는 기업이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아도 직원 보육지원 명목으로 수당을 지급하면 어린이집을 설치한 것으로 간주했지만 내년부터는 이 조항도 사라진다. 현재 어린이집 대신 보육수당을 실비로 주는 기업은 140곳가량이다.
◆기업들은 ‘난감’
제도 시행이 코앞인 데도 아직까지 직장어린이집을 새로 설치하거나 별도 대책을 마련한 기업은 드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에 있는 A기업은 200여명의 보육 대상 영유아가 있지만 장소 확보가 곤란하다는 이유로 어린이집 설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부산에 있는 B기업도 직원 밀집도가 낮은 산업적 특성 때문에 설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사업장 관계자는 “중화학단지 한가운데 회사가 있어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길 원하는 직원들이 없다”며 “대신 수당을 주고 있는데 앞으론 인정하지 않는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업장 관계자는 “제조업 분야라 남성 직원이 대부분인데 이 같은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어린이집을 설치하라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외근이나 파견 근로자가 많은 사업장도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대형마트 등은 협력업체 근로자가 많은데 누가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아직 없어서다. 인력파견회사인 C업체 관계자는 “직원들을 다양한 회사에 파견하고 있기 때문에 직장어린이집 설치가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수당만 없어질라”
정부는 대상 영유아의 30% 이상을 민간어린이집에 위탁해 지원할 경우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대체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장기적으론 이 위탁 기준을 30%에서 50% 수준 沮?높인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위탁 아동 비율 기준이 50% 수준으로 높아지면 기업 입장에선 차라리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는 게 효율적일 것”이라며 “위탁보육 비중을 줄이고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유도해 나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 강화가 기업에 부담이 돼 결국 직원들에게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한 기업 관계자는 “집에서 키우려는 사람도 있고, 보내고 싶은 어린이집이 따로 있는 사람도 있는데 위탁 아동 비율을 정해놓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보육료를 실비로 지원받고 있는 한 직원은 “괜히 수당만 없어진다는 얘기가 들려 걱정”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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