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빗장 푼 '핀테크' 반년 만에 창업 9배 급증

입력 2015-12-27 19:18  

금융개혁 1년 성과와 과제 (上) 시동 걸린 금융 경쟁

금융에 '변화 DNA' 심어라
금융규제 211건 철폐·개선…23년만에 신규은행 허용

금융개혁 체감도 아직 낮아…입법 등 후속작업도 과제



[ 박동휘 기자 ] “금융산업이 이제는 (판에 박힌) 붕어빵식, (덤으로 주는) 군만두식 영업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난 3월 민관이 머리를 맞대 금융산업을 개혁하기 위해 출범한 금융개혁회의를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함께 이끌어온 민상기 의장(서울대 명예교수)은 27일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금융업계는 ‘같으면 살고 다르면 죽는다’는 인식 아래 판에 박힌 영업을 해왔지만 이제는 ‘다르면 살고 같으면 죽는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또 “상품 개발 및 가격·수수료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만큼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 경쟁으로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 위원장과 민 의장은 그간의 성과로 ‘금융산업에 변화 DNA를 심은 것’을 첫 번째로 꼽았다. 임 위원장은 진작부터 “금융개혁은 기존 금융산업의 판을 흔들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출현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금융위와 금융개혁회의에 따르면 전자금융업 허가를 위한 심사 항목을 72개에서 32개로 줄이자 핀테크(금융+기술) 분야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 수가 지난 5월 44개에서 11월 360개로 6개월 만에 아홉 배 급증했다. 모바일·온라인 지급결제 분야에 금융 신기술을 접목시키려는 움직임이 커졌기 때문이다. 생체기술을 활용한 본인 인증 분야도 상용화 경쟁이 뜨겁다.


금융위는 지금까지 211건의 직간접적인 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했다. 또 기존 금융회사를 위한 보호막도 과감히 걷어냈다.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통해 23년 만에 신규 은행 설립을 허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카카오뱅크는 수수료 없는 카드 결제시스템을 선보이겠다고 하는 등 금융산업은 새로운 경쟁에 직면하게 됐다. 보험회사들도 상품 설계 및 가격 책정 등과 관련한 규제들이 상당수 사라지면서 앞으로 특화된 상품과 서비스로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위 스스로도 금융개혁에 대한 국민·기업·시장의 체감도가 기대수준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보다 피부에 와닿는 개혁 조치와 이에 따른 금융산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또 여야 다툼 때문이라지만 금융개혁을 뒷받침할 입법 작업이 미진하다는 것도 금융당국이 당장 풀어야 할 숙제다.

핀테크산업 육성 역시 미완이다. 박수용 글로벌핀테크연구원 원장은 “각종 핀테크를 수출하는 것이 향후 과제”라며 “금융회사들이 신기술을 많이 써줘 핀테크 창업 기업들이 실적을 쌓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 의장은 “앞으로 금융 환경이 녹록지 않더라도 규제 완화, 경쟁 촉진으로 가는 개혁의 큰 방향을 되돌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요요현상’ 없는 금융개혁을 주문했다. 임 위원장은 마지막 금융개혁회의에서 인도판 우공이산(愚公移山) 일화를 예로 들며 쉼 없는 금융개혁을 강조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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