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처리속도 실리콘 반도체의 32배
[ 박근태 기자 ] 한국인 박사과정생을 포함한 미국 연구진이 빛 신호로 작동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사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실리콘 반도체보다 동시에 처리하는 정보량이 최대 32배나 많고 기존 공정을 그대로 이용해 생산할 수 있어 실리콘 반도체를 이을 강력한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UC버클리와 매사추세츠공대, 콜로라도대 연구진은 메모리나 외부 칩에서 빛 신호가 입력되면 내부에서 이를 전기 신호로 바꿔서 작동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최신호(23일자)에 발표했다. 이번 논문의 공동 저자이자 KAIST를 졸업하고 UC버클리 박사과정을 다니는 이윤섭 연구원이 프로세서 설계를 맡았다.
일반적으로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기존의 전자 기기는 두뇌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메모리, 주변 칩 간에 전기 신호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일정 전압 이상일 때를 ‘1’, 일정 전압 이하일 때를 ‘0’으로 간주한다. 연구진이 개발한 신개념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이런 전기 신호 대신 빛 알갱이인 광자를 신호로 주고받는다. 마이크로 칩과 칩을 광섬유로 연결한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전기 신호는 하나의 전선에 하나씩밖에 보내지 못한다. 따라서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메모리를 잇는 전선 하나에 정보 하나밖에 싣지 못한다. 반면 광자(光子)는 동시에 여러 개를 보내도 서로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광섬유 한 가닥으로 최대 32개 다른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다.
빛을 신호로 주고받는 프로세서 연구는 이전까지 전기 신호를 광신호로 바꾸거나 매우 간단한 신호를 주고받는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연구진은 트랜지스터 7000만개, 광전자 소자 850개가 집적된 실제처럼 작동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실제 칩 제작에는 IBM의 45나노 공정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기존 CMOS 반도체 공정을 그대로 활용해 프로세서를 생산할 수 있고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선폭을 줄이지 않고도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하는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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