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익 기자 ] 장석주 시인(60)과 박연준 시인(35)은 지난 1월 혼인신고를 마친 신혼부부다. 10년 동안 연애를 했지만 적지 않은 나이 차 때문에 주변에 선뜻 알리기 어려웠다. 결혼식 대신 지인들만 불러 밥을 먹는 것으로 조촐히 넘기기 어려웠던 부부는 함께 책을 써서 결혼 소식을 세상에 알리기로 했다. 마침 지난 9월 한 달 동안 호주 시드니에 있는 지인의 집에서 지냈던 것이 계기가 됐다. 최근 출간한 산문집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난다)는 시인 부부의 결혼 앨범이자 결혼 서약서인 셈이다.
책속에는 부부의 글이 절반씩 실려 있다. 시드니에서 한 달 동안 서로 같은 곳을 바라봤지만 결과물로 나온 글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감성적인 박 시인의 글은 붉은색 글씨로, 이성적인 장 시인의 글은 파란색으로 새겨져 있다. 박 시인은 “각자의 글이 빵과 소스 같기를, 그렇게 어우러져 읽히기를 바란다”는 소박한 바람을, 장 시인은 “‘1인분의 고독’에 웅크려 있던 내면을 들여다보니 두려움이란 짐승이 불안한 눈동자를 하고 숨어 있었다”며 “그래서 ‘2인분의 고독’을 덥석 받아 품는다”고 결혼 煇걋?다짐을 밝혔다.
책을 편집한 김민정 시인은 10년 넘도록 박 시인의 친언니 역할을 한 이다. 책이 출간된 12월24일 크리스마스이브를 결혼기념일로 정한 그는 “두 사람이 책을 만든 것은 글쟁이로서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다짐과 의지”라며 “10년 동안 지독한 사랑으로 서로를 결박해온 두 사람의 인내에 박수를 보낸다”는 따뜻한 주례사 같은 추천사를 책에 담았다. 책 제목처럼 ‘서로 조심하라’는 말은 살면서 무심코 몇 번이라도 할 수 있는 말이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잊지 말아야 할 말로 들린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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