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정명훈 감독 재계약 졸속추진

입력 2015-12-27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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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이사회 안건 통보 후 규정 어기고 4일 만에 의결 시도

부인은 '박현정 막말' 조작 혐의



[ 김보영 기자 ]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정명훈 예술감독(사진)과의 재계약을 밀어붙이고 있다. 충분한 검증 없이 재계약 안건을 통과시키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향은 28일 이사회를 연다.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가 지난해 말 정 감독 측과 갈등을 빚으며 사퇴한 뒤 정 감독 재계약 문제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번 이사회에서 논의할 재계약 안건에는 정 감독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 감독의 부인 구모씨(67)가 박 전 대표 사퇴에 개입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조사 중인 가운데 성급하게 재계약 안건을 상정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항공권 혜택 확대·호텔료 조항 신설

서울시향은 정 감독과의 재계약 안건 처리를 위해 지난 24일 오후 6시 이사진에 이사회 안건을 통보했다. 28일 오전 7시30분 이사회를 연다는 내용이다. 서울시향의 이사회 운영 규정에는 이사회 개최 7일 전에 안건을 통보하도록 돼 있는데다 연휴도 끼어 있어 급박하게 이사회를 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계약 안건 내용도 문제다. 안건에는 △기존 기본급 2억7000만원, 지휘료 회당 약 5000만원에 달하는 정 감독의 보수를 무보수로 전환하는 대신 △한국 입출국 시 퍼스트클래스 왕복 두 장을 지급하던 항공권을 외국 내 이동에도 퍼스트클래스 한 장 지급 △그동안 관련 규정이 없던 호텔 체류비용에 대해선 체류기간 동안 1급 호텔로 제공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새 안건에 따르면 기존의 기본급과 지휘료를 정 감독 개인에게 지급하지는 않고 단원들의 역량 향상을 위한 각종 사업에 기금으로 활용하게 돼 있지만 이는 시향 내 정 감독의 영향력을 더 확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존 항공권 과다 청구 논란에도 불구하고 외국 내 이동에 대해서도 항공권 지급 조항이 마련된 것에 대해 시향 측은 “기존과 달라진 바 없는 내용”이라며 “감사 결과에 따라 구체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료 조항이 신설된 것에 대해서도 “기존 해외 연주자에게도 제공하던 혜택”이라며 “무보수인 정 감독에게 특혜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명훈 감독 부인 입건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7일 정 감독의 부인 구씨가 이달 중순 불구속 입건됐다고 발표했다. 박 전 대표가 성추행과 성희롱, 폭언을 일삼았다는 내용의 투서를 작성·배포하도록 정 감독의 여비서 백모씨에게 지시한 혐의다. 이 사안은 28일 재단 이사회에서 진행될 정 감독의 재계약 체결 안건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2일 서울시향 직원 10명이 박 전 대표가 성희롱과 인권 유린, 인사 전횡을 일삼았다는 호소문을 발표한 뒤 작년 12월23일 서울시 인권담당관실이 박 전 대표의 성추행·성희롱 의혹 일부가 사실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제기한 진정 사건과 직원들이 접수한 강제추행 사건 등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사태가 반전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8월11일 박 전 대표의 강제추행 혐의 등을 조사한 결과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의견으로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달 11일에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박 전 대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온 서울시향 직원 곽모씨(39)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 감독 부인이 연루됐다는 얘기가 있어 확인을 위해 입건했다”고 말했다. 구씨는 지난해 말 이후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서 백씨도 최근 출산한 뒤 병원에 입원한 상태여서 당장 조사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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