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 중국법인-완다씨네마 지분 맞교환 보도의 진실

입력 2015-12-28 16:38  


(김동윤=베이징 특파원) 기자는 지난 23일자 본지 1면에 한국 1위 극장체인 CJ CGV의 중국법인과 중국 1위 극장체인 완다시네마가 지분 맞교환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통 경제신문들은 하루 전날 다음날자 신문의 가판을 내놓기 때문에 기사가 독자들에게 알려진 것은 22일 저녁입니다. 이날 저녁 일부 인터넷 주식 토론방에선 지분 맞교환 성사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개인 투자자들의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다음날인 23일 아침 CJ CGV측은 조회공시를 통해 “지분 맞교환과 관련한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투자자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날 오전 국내 모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한 분이 제게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요지는 “CJ CGV측에서 부인 공시를 냈는데, 이번에 보도한 기사의 출처가 어디인지 전후 사정을 좀 알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자는 이 애널리스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가능한 범위내에서 자세하게 설명해줬습니다. 현재 포털사이트를 검색해보면 ‘완다 시네마와의 지분 맞교환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CJ CGV측 해명을 담은 기사들이 도배를 하고 있습니다. CJ CGV는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종목이라 이번 보도에 대한 보다 상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난 22일 저녁 기사가 공개된 이후 CJ중국법인측에서 두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둘다 “기사는 사실관계가 다르니 수정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A씨는 “완다로부터 지분 맞교환 제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였습니다. B씨는 “지분맞교환과 관련해 현재 완다측과 어떠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기자가 주목한 것은 완다로부터 지분 맞교환 제안을 받긴 받았다는 것과 ‘현재’는 어떤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A씨와 B씨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기사를 수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두 사람의 설명이 저의 취재 내용을 무력화시킬 정도는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기자는 늘 사실만을 보도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 취재 현장에서 100% 사실에 접근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CJ CGV건의 경우 과거 다른 기사를 취재할 때의 경험에 비춰봤을때 사실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정보를 제공한 사람의 신분과 당시 대화 내용, 대화 분위기 등을 따져보면 그렇다는 얘깁니다.

기자는 이 내용을 우연한 기회에 듣게 됐습니다. 최근 베이징에 근무하는 한국 주재원들이 개인적으로 모이는 자리에서입니다. 당시 기자는 CJ CGV의 중국 사업에 대한 기획 기사를 준비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연찮게도 그날 모임에 제 옆자리에 CJ차이나 관계자 C씨가 앉았습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CJ CGV에 대한 얘기로 흘러갔습니다. 다음은 그날의 대화 내용입니다.

△기자:요즘 CJ CGV중국 사업이 잘된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네요.

△C씨:네, 이제 중국에서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부동산 개발상들도 먼저 찾아와서 극장 입점을 요청할 정도니깐요.

△기자:주가도 많이 올랐던데요.

△C씨:앞으로 더 오를것 같아요. 내년에 45만원 간다는 얘기도 있고.

△기자:중국 사업 기대감은 어느 정도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을까요.

△C씨:완다그룹과 제휴가 영향이 좀 있을겁니다. 현재 완다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도 있고.

△기자:‘더 큰 그림’이라면 뭘 얘기하나요.

△C씨:완다그룹과 지분 맞교환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기자:지분맞교환이라고 하면 완다씨네마와 CJ CGV중국법인 양자간 지분 교환 말하는 건가요

△C씨:네 맞습니다. 원래는 완다측에서 CGV중국법인을 통째로 사겠다고 제안해 왔어요. 그런데 우리로선 팔 이유가 없어서 ‘노’라고 했죠. 그랬더니 지분 맞교환하자고 하더라구요. 아 그런데 이건 ‘오프더 레코드인데’....나중에 좋은 소식 나오면 그때 다시 알려드릴께요.

여기까지가 당시의 대화 내용을 간추린 것입니다. 당시 C씨가 대화 말미에 ‘오프더레코드’라고 얘기한 것이 좀 마음에 걸렸지만, 언론계에서 ‘오프더레코드’는 취재원이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사전에 요청하는 것이고, 기자가 그에 대해 동의를 해야지만 ‘효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기자는 해당 내용을 기사화 했습니다. 기사의 내용 자체도 CJ그룹에 좋은 것이고, 무엇보다도 요즘처럼 중국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다는 걱정이 팽배한때에 한국의 CJ그룹이 중국 시장에서 잘ぐ“?있다는 기쁜 소식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CJ CGV는 기사가 나간 이후 해당 내용을 부인했습니다. 어쩌된 일일까요. 몇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봤습니다.

첫째, 최초에 해당 정보를 준 C씨가 기자에게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입니다. 하지만 기자와 C씨와의 객관적 관계를 고려했을때 C씨가 거짓말을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C씨가 거짓말을 해서 기자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 C씨가 해당 사안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얘기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C씨가 CJ차이나에서 맡고 있는 보직을 감안했을때 그럴 가능성은 희박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CJ CGV의 최근 현황에 대한 C씨의 설명은 제가 지금까지 다른 CJ중국법인 관계자로부터 들은 어떤 얘기보다 구체적이었습니다. CJ CGV중국법인의 사정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셋째, A씨와 B씨가 저한테 부득이하게 거짓말을 했을수도 있습니다. 딜 관련 정보는 보안 유지가 생명인데, 이를 기자에게 발설했으니, 한국 본사로부터 질책을 받았을 것이고, “알아서 문제되지 않게 수습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넷째, C씨가 저한테 얘기하던 시점에는 검토를 하고 있었지만, 기사가 공개된 22일에는 이미 해당 딜을 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지만 기자가 C씨한테 얘기를 들었을때와 기사가 보도됐을때는 불과 나흘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그럴 가능성 또한 높지 않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다섯째, 완다와의 지분 맞교환 딜을 CJ중국법인 차원에서만 검토를 하고 있었고, 한국 본사에는 아직 보고가 안 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기사가 나가니 한국 본사에서 “이건 무슨 얘기냐”고 발끈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설령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기사의 내용과 상반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기자와 기업간의 진실게임이 벌어질 경우 시간이 흐르면 진실이 밝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건은 기사의 내용상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설령 올 하반기 언젠가 실제로 CJ CGV중국법인과 완다씨네마간의 지분 맞교환 사실이 발표된다고 하더라도 “기사가 처음 나온 당시에는 정말로 논의를 안하고 있었다”고 해명하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누구의 말이 맞냐와는 별개로 기자는 이번 보도가 현실화 되길 희망합니다. 요즘처럼 한국 기업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팽배한 시기에 CJ그룹이 중국에서 승승장구한다는 소식만큼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도 없을것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베이징에 나와 있는 한국 기업 주재원들은 풀이 죽어 있습니다. 한때 중국시장에서 잘 나가던 국내 기업 대부분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올해는 한국 경제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도 중국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렸습니다. 하지만 CJ그룹만큼은 중국 시장에서 착실하게 경험을 쌓으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중국현지법인에서 인력을 계속 충원하고 있는 곳은 CJ그룹 뿐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CJ그룹이 중국 시장에서 또 하나의 한국 기업의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길 간절하게 희망합니다. (끝)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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