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서 땅 매입 포기하자
LH, 경상남도에 88억에 매각
도서관 + 대학생 기숙사 짓기로
"계획대로 도서관만 지어야"
일부 주민들 볼멘소리 쏟아내
[ 이해성 기자 ] 서울 강남 세곡·자곡동 공공주택지구(옛 보금자리지구·이하 세곡지구) 내 도서관 용지를 놓고 이곳 주민과 강남구청, LH(한국토지주택공사)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도서관이 들어설 예정이던 이곳에 경남 출신 대학생을 위한 기숙사가 들어서기로 확정되면서부터다.
LH는 “규정대로 처리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강남구청은 “해당 용지를 매입할 여력이 없어 경상남도와 절충점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당초 계획과 크게 달라진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LH는 세곡지구 조성 당시 자곡동 4480㎡를 도서관 용지로 정했다. 강남구는 2013년 3월 이 용지를 매입하겠다고 LH에 통보했다. 그러나 강남구는 같은 해 말을 바꿔 “용지를 기부채납(공공기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상 ‘택지개발사업으로 발생하는 이익 일부를 도서관·문화회관 등 해당 지역 복지시설 설치에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LH는 “규정상 그럴 수 없다”고 거절했다. 당초 도서관 용지를 국가·지방자치단체에 조성 원가에 매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후 1년이 넘게 도서관 용지는 방치됐다. 그러다가 올 중반 경상남도가 지역 출신 대학생의 서울 내 학업을 돕는 기숙사 부지로 이곳을 점찍고 강남구 등과 협의를 시작했다. 강남구는 지난 10월 초 “땅을 매입할 수 없다”고 LH에 공문을 보냈다. LH는 결국 이달 4일 용지를 조성 원가(87억9000만원)에 경상남도로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최고 층수는 5층, 용적률은 250%다. 경상남도는 이곳에 400명가량을 수용할 기숙사(남명학사)를 짓기로 했다. 대신 1층엔 1056㎡ 규모의 세곡지구 주민 전용 도서관을 설치하기로 했다.
강남구는 적당한 규모의 도서관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세곡지구 전체 입주 예정 인구(4만5000여명)를 감안할 때 도서관법 시행령상 공립도서관 면적기준(인구 2만~5만명은 660㎡ 이상 확보)을 준수했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주민들은 “현실성이 없는 행정”이라며 “자녀들 면학 분위기에 도움이 되는 도서관이 온전히 들어설 것이라고 믿고 입주한 주민들은 뭐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강남구 문화체육과 관계자는 “당초 용도대로 용지를 공급할 책임은 LH에 있다”며 “재정 여건이 안 되는데 빚을 내면서 용지를 매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LH는 업무 처리에 하자가 없다고 설명했다. LH 서울지역본부 토지판매부 관계자는 “국토교통부 택지공급 승인 절차대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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