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베트남에도 부는 애플열풍

입력 2016-01-0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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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정지은 산업부기자 jeong@hankyung.com


[ 정지은 기자 ] 베트남 수도 하노이 거리에선 애플 아이폰을 손에 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현지 몇몇 생산공장에 들렀을 때 점심시간에 식당에 가는 직원들 손엔 하나같이 아이폰이 들려 있었다. 현지 한국인 직원에 따르면 두세 달치 월급을 쏟아부어 아이폰 신제품을 사는 게 베트남인들 사이에서 흔한 일이 됐다.

하노이 중심가의 한 전자매장에 가보니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매장에 들어서자 삼성전자와 애플 스마트폰 판매 진열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매장 직원은 “20~30대 사이에서 아이폰을 갖지 못하면 뒤처진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왜 아이폰이냐는 질문에 그는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갖고 있으면 폼이 나니까요.”

베트남 생산직 근로자들의 한 달 급여는 30만~40만원 수준이다. 최신 애플 스마트폰인 아이폰6S 한 대 가격은 94만~146만원이다. 적어도 세 달치 월급을 써야 살 수 있다. 그럼에도 아이폰 판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제대로 구축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애플은 불과 석 달 전 베트남 호찌민에 판탁萱括?설립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삼성이 긴장해야 할 것 같다’는 충고가 잇따른다. 애플의 베트남 공략법이 중국의 그것과 비슷해서다. 애플은 2012년까지만 해도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에 공들였다. 중국 시장은 곁가지였다. 그러다 삼성전자가 2013년 중국 스마트폰시장 1위를 차지하며 성과를 내자 중국에 눈을 돌렸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금색을 입힌 아이폰을 선보이며 시장에 침투했다. 지금은 중국에서 애플이 삼성전자를 앞선다. 삼성전자가 먼저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을 닦아 놓으면 애플이 뒤따라 진출해 과실을 따먹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현지 매장 직원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만 해도 삼성 ‘갤럭시’가 젊은이들의 로망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를 아이폰에 빼앗길 상황이다. 아쉽게도 프리미엄 이미지에선 여전히 애플이 삼성을 앞선다. 삼성전자가 신흥 시장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면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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