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으레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뭔가 계획한다. 책을 사거나 헬스클럽에 가고, 금연을 결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심삼일이라고 하듯, 그런 다짐은 1주일을 채 못 넘기는 게 보통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런 류의 ‘결의’가 있다. 총선을 전후해서 여야를 불문하고 혁신이란 이름의 새 출발을 공언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보기엔 언제나 작심삼일로 보이리라 생각한다.
오는 4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은 쇄신 명목의 인재영입 경쟁에 들어갔다. 삼고초려든 십고초려든 이름있는 인사들을 데려오려 혈안이다. 하지만 정계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이런 광경을 볼 때마다 늘 안타깝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 인적혁신의 방법을 내부에서 찾지 않고 외부에서 영입하는 방안만 주로 검토되는 것이다. 지금도 많은 예비 정치인들이 풀뿌리 정치를 경험하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정치 입문 기회가 크게 줄어들고, 결국 도전의 문이 좁아지는 것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정당의 본래 의미를 살리려면 인재 발굴과 육성이 일상화돼 신인들이 풀뿌리 정치를 통해 훈 천품?커 나가야만 한다. 그렇게 키워진 당내 많은 인재와 더불어 참신하고 시대 정신에 맞는 인물을 보충 영입해야 한다. 말하자면 정당 내부에서 사람을 찾아 길러내는 게 주된 임무고, 외부인사 영입은 그 다음에 부차적으로 진행돼야 하는 일이다.
현재 서방 선진국에선 40대 젊은 정치인이 대세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저스틴 트루도 캐나다 총리 등이 그렇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2009년 취임 당시 40대였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소속 정당 밖에서 ‘깜짝 영입’된 사람들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대부분 20~30대 때부터 정당 생활을 하며 실력을 갈고닦았다. 서구의 정치 선진국들은 정당에서 정치인을 길러내는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 학교와 사회에서 정치 훈련이 일상화돼 있다.
좋은 인재를 영입해 정치를 바꾸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풀뿌리로부터 정치 역량을 키운 인재들이 많이 진출하는 건 더욱 중요하다. 이 둘이 조화될 수 있다면 풀뿌리 정당과 생활정치를 통해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를 만드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강기정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okang@assembly.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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