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당 간부에 '평양 02' 부여
교통통제에 검문까지 안 받아
[ 김대훈 기자 ] 북한에서 대남(對南)정책을 총괄했던 김양건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최근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북한의 자동차 문화도 주목받고 있다. 권력을 중시하는 통제사회인 북한 특성을 반영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북한에서 권력을 상징하는 차량은 메르세데스벤츠다. 북한은 과거 미국 포드와 일본 도요타의 세단을 의전용 차량으로 쓴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 대북 제재로 미국, 일본 차량은 수입 길이 막혔고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독일 차량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평양에선 폭스바겐, BMW, 볼보 등의 유럽 브랜드를 단 택시가 운행된다. 중국 이치자동차의 합작사인 이치폭스바겐의 차량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간 것이고, 나머지 브랜드의 차량도 중국을 통해 북한에 수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격이 비싼 고급은 차량 수입이 쉽지 않은 만큼 권력층은 출시된 지 10~20년이 지난 구형 벤츠를 주로 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광으로 알려졌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위직에게 벤츠를 선물하면서 도입된 것이다.
김양건도 고급 세단을 탔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양건의 차량은 중앙당 간부를 의미하는 ‘평양02’로 시작하는 번호판을 달았을 가능성이 높다. 인민군 총정치국은 번호판은 815, 총참모부는 816, 내각 외무성은 30으로 시작한다는 게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평양 내 교통보안원들은 ‘02’ 번호판이 지나가면 일대의 차량을 모두 멈추며 교통을 통제한다. 이 때문에 김양건의 차량이 대낮에, 평양시내에서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북한에서 군용트럭 외 허가를 받지 않은 민간 차량이 ‘야간통행’을 하다간 검문 대상이 되고 야간 운행 사유가 적힌 통행증을 보유하지 않으면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02 번호판은 검문 대상에서 제외된다. 평양 출신의 한 탈북자는 “북한엔 포장 도로가 많지 않고, 그마저도 시멘트 포장이라 흔들림이 심하다”며 “김양건의 차량은 야간에 한적한 도로에서 과속하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지방 도로에선 표지판(안내판)만 있고 신호등과 같은 교통통제 체계가 적어 과속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평양 기준 차량 통행금지 시간은 밤 9시께부터 첫 버스 운행이 시작되는 오전 5시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외 지역은 검문이 느슨하다. 이 때문에 북한 운송 트럭인 ‘써비차’들은 밤새 운행하다 평양 근교에서 대기한 뒤 통금 시간이 풀리는 새벽에 시내로 진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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