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분업계 '빅3' 중 한 곳인 동아원(한국제분)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면서 기존 영업망에 차질을 빚자 이를 차지하기 위해 신흥 제분업체들이 때아닌 '밀가루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제분업계는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동아원 등 메이저 회사 3곳이 점유율 70% 가량을 장악하고 있는 시장이다. 이중 동아원은 20% 안팎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해왔다. 제분업계는 기업 간 거래(B2B)가 이뤄지는 탓에 점유율 변동이 거의 없었다.
이에 몇 해 전부터 공격적 증설을 하고 있는 SPC그룹(밀다원) 등 신흥 제분업체들이 동아원의 빈 자리를 대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면서 '콘크리트 점유율' 균열내기에 나선 상황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농심 등 대형 식품 제조사 일부가 안정적인 밀가루 공급을 위해 기존 거래처 외 기업들과 계약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서 밀가루 사용량이 가장 많은 기업 중 한 곳인 농심은 연간 5000억원 규모의 밀가루를 제분업체들로부터 사들이고 있다. 밀가루가 라면의 주재료인 데다 스낵 제조에도 사용되기 때문이다.
농심은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를 위해 동아원 외에도 CJ 대한제분 대선 삼양밀맥스 삼화 등 총 6개 업체를 통해 밀가루를 납품 받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여전히 동아원(한국제분)과의 거래는 계속 진행 중"이라며 "매입 규모 등은 거래사와의 계약 문제 등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농심 외에도 국내 메이저 라면 업체 중 한 곳이 동아원 물량을 일부 대체할 기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제분업계는 B2B 시장으로 원래 거래하던 곳과 계속 사업을 이어나가는 특성이 있다"며 "(동아원) 회장이 경영권을 내놓으면서 업체들이 또 다른 안정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다른 후보를 물색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제분업계에서 동아원의 자리를 노리는 신흥 제분업체로는 SPC그룹의 식품원자재 계열사인 밀다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밀다원은 현재 전체 매출의 80% 가량을 SPC그룹(캡티브 마켓)을 통해 내고 있지만 향후 이 비율을 점차 줄이고 외부 매출을 확대하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 활동을 벌이고 있다.
1953년 조선제분으로 출범한 동아원은 그동안 제분업계 내에서 오랜 전통과 '오너 네트워크'를 통해 견고한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동아원은 전두환 전(前) 대통령의 사돈 기업으로, 이희상 동아원 회장이 전 씨의 3남 재만 씨의 장인이다. 또 조현준 효성 사장이 이 회장의 사위이기도 하다.
밀가루 사업을 통해 성장한 동아원은 이후 고급 수입차와 와인, 탱크터미널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몇 해 전부터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됐다.
유동성 위기를 넘기기 위해 지난해 수입차 판매업체인 포르자모터스코리아(FMK)를 효성에 20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채비율을 좀처럼 줄이지 못하면서 결국 유동성 부족으로 303억9000만원의 무보증사채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한 채 지난해 12월21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현재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한국제분과 동아원을 묶어서 매각하는 방안, 한국제분과 동아원의 제분사업만 별도로 떼어내 분리 매각하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는 중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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