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간접 헤지펀드·채권형 펀드 등 해외 자산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
홍콩 이어 중국에도 ETF 상장 준비
2020년 퇴직연금시장 256조 전망
미국 캐피털그룹 손잡고 개발한 '한국형 대표 은퇴상품' 곧 출시
[ 안상미 기자 ]
“올해 목표는 해외 펀드 시장에서 존재감을 갖추는 것입니다. 아시아 대표 펀드, 역외 헤지펀드 등을 키우는 데 전력을 집중하겠습니다.”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대표(사진)는 “해외 연기금으로부터 1조원가량의 자금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해외 자산 운용도 삼성이 최고라는 이미지를 심겠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자산배분 상품 확대
구 대표는 올해 자산운용업계가 주목해야 할 화두로 ‘글로벌 자산 배분’을 꼽았다. 그는 “자산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기 힘든 요즘 같은 시기엔 한두 가지 자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이유가 없다”며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포트폴리오 중 일부를 해외 자산으로 돌리려는 투자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삼성자산 楮逾?자산 배분 관점에서 해외에 투자할 수 있는 신상품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외 자산 배분 상품의 예로 지난해 8월 선보인 ‘글로벌 자산배분 다이나믹 펀드’를 들었다.
구 대표는 “국내 자산배분팀, 글로벌채권운용팀, 글로벌주식운용팀, 매크로팀, 채권운용본부, 해외 현지법인(홍콩, 뉴욕, 런던) 등으로 구성된 투자위원회가 합심해 한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며 “올해는 글로벌 채권형 펀드, 글로벌 타깃데이트 펀드(투자자 연령대에 따라 주식, 채권 등의 투자 비중이 자동 조절되는 펀드), 해외 재간접 헤지펀드 등으로 글로벌 자산배분형 상품군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ETF 해외 수출에 역점
글로벌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에서 빠질 수 없는 상품이 상장지수펀드(ETF)다. 펀드에 비해 매매 비용이 저렴하고 주식처럼 원하는 때 사고팔 수 있어서다. 구 대표는 “삼성자산운용이 내놓은 ‘KODEX’ 브랜드 ETF만 가지고도 글로벌 자산 배분이 가능하다”며 “여러 ETF를 편입한 자산배분용 ETF 패키지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ETF 시장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올해 사업계획 중 하나다. 지난해 홍콩에 삼성 브랜드 ETF를 상장시킨 데 이어 올해는 중국에 첫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구 대표는 “중국에 한국 주식을 담은 펀드를 파는 것은 승산이 없다”며 “가장 현실적인 중국 공략법은 현지 주가지수와 연동하는 ETF로 승부를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ETF 시장은 약 47조원 규모로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규모가 더 커질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국내 은퇴 연금시장 ‘새판’ 짠다
구 대표는 “국내에서는 단기간 유행에 휩쓸려 펀드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며 “긴 호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누구나 큰 고민 없이 가입할 수 있는 ‘한국형 대표 은퇴상품’이 올해 첫선을 보인다. 그는 “지난해 전략적 제휴를 맺은 미국 캐피털그룹과 공동으로 한국 실정에 딱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투자자별로 은퇴시기를 정해놓고 연령대별 투자자산 비중을 조정할 수 있는 게 신상품의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지난해 107조원에서 2020년이면 256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때마침 금융당국에서도 연금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실적배당형 상품을 우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정기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90% 이상 묶여 있는 퇴직연금이 금융투자 시장으로 밀려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자산운용업계에 ‘약’일지 ‘독’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구 대표 얘기다. 그는 “자칫 잘못하면 증권사나 보험사 등 판매사에 단순히 상품을 공급하는 데만 그칠 수 있다”며 “자산운용사 특유의 창의적인 투자상품으로 시장을 선도해 나가야 ‘판’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식과 채권 외의 자산을 사들이는 대체투자(AI)도 삼성자산운용이 공들이는 사업분야다. 구 대표는 “5000만달러 규모의 멕시코 복합화력발전소와 2억달러 규모의 터키 국립병원 등에 투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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