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명품시계

입력 2016-01-08 17:28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시계의 나라 스위스에선 2년마다 연말에 ‘하나뿐인 시계 경매(Only Watch Auction)’ 행사가 열린다. 명품시계 업체들이 이 행사를 위해 시계를 내놓고 수익금은 희귀근육질환 연구에 쓴다. 지난해 말 열린 경매에선 사상 최고가 기록이 나왔다. 우리 돈으로 88억원에 낙찰된 시계는 ‘시계의 제왕’이라 불리는 명품브랜드 파텍필립이 내놓은 ‘5016 A-010’ 모델이었다. 나중에 신원이 공개된 낙찰자는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였다.

피트는 아내 앤젤리나 졸리와 함께 파텍필립 애호가로 유명하다. 그가 2012년 졸리에게 결혼을 약속하면서 준 선물이 4억5000만원짜리 파텍필립 미닛리피터였고, 졸리가 2014년 결혼식에서 피트에게 준 예물은 50억원짜리 파텍필립 JB챔피언플래티넘이었다. 명품시계는 그 비싼 값을 하듯 이렇게 연예인이나 세계적 부자들의 호사품이 된 지 오래다.

명품시계라고 모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것은 아니다. 파텍필립처럼 특별히 고가를 고집하는 브랜드가 있을 뿐이다. 지금도 브랜드 가치를 평가해보면 일반인들도 잘 아는 롤렉스가 1등이다. 지난해 말 스위스의 명품시계 톱20(BV4 발표)에 따르면 1등인 롤렉스의 브랜드 가치는 원화로 6조5000억원이나 된다. 이어서 오메가, 까르띠에, 파텍필립, 스와치, 태그호이어, 론진 등이 2~7위를 차지했다.

명품시계 브랜드들이 화제가 될 때는 역설적이게도 이 시계들이 뇌물로 사용된 것이 드러났을 때다. 엊그제 구속된 민영진 전 KT&G 사장이 받은 시계가 바로 파텍필립이었다. 이 브랜드 가운데서는 비교적 저렴하다는 것이 4500만원짜리였다. 민 전 사장은 이 시계 말고도 670만원 하는 롤렉스도 5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9월 구속된 박기춘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받은 명품시계는 7개나 됐다. 브랜드는 해리윈스턴, 위블로, 브라이틀링 등이었는데 개당 3000만~4000만원에 달했다.

명품시계가 뇌물로 ‘애용되는’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현금추적을 피하기 쉬워서다. 은행에 일정한 금액 이상 현찰이 입금되면 감독당국에 신고되지만 수천만원짜리 시계를 현금으로 산다고 신고하는 매장은 없다. 또 주고받기에도 간편하다. 경찰에 따르면 그 자리에서 끼고 있다가 풀어 손목에 채워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가성 입증도 쉽지 않다. 받은 사람이 ‘그렇게 비싼 줄 몰랐다’고 하면 그만이라니 씁쓸할 뿐이다. 이들에겐 오로지 시계의 가격이 화두였을 것이다. 개 발에 주석편자인 꼴이라고나 해야 할지.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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