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에 오른 'G2 중국'…글로벌 불안감 키운 '반쪽 시장경제'

입력 2016-01-08 17:53  

"시장방어에 1조4천억달러써…중국 외환보유액 반년새 급감"

증시 서킷브레이커 중단…은행에 달러 매입 금지령
월가 "미봉책에 불과"



[ 뉴욕=이심기 기자 ] 연초 중국 증시 폭락에 세계 증시가 패닉에 빠지면서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중국의 ‘반쪽짜리 시장경제 모델’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8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 7.04% 급락의 충격에서 벗어나 1.97% 오른 3186.41에 마감했다. 인민은행은 이날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9일 만에 전날보다 낮게 고시(위안화 평가절상), 최근 증시 폭락을 초래한 위안화 가치 급락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월가 투자은행(IB)들은 그러나 이날 시장 안정은 중국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 결과라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대표를 지낸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 “중국은 지금 겉으로는 시장자유화 조치를 취하면서 국가 개입을 끊어내지 못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강력한 시장개혁 조치만이 신뢰를 회복하는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월가 투자은행(IB) 사이에선 중국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 능력을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위안화 평가절하로 글로벌 시장을 패닉으로 몰고 갔기 때문이다. 급격히 줄고 있는 외환보유액과 중국 경제 자체에 대한 불안감도 이 같은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1070억달러가 줄었다.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감소치다. 지난해 7월 이후 중국의 외환보유액 감소 누적액은 6620억달러로, 반년 만에 16% 줄었다. 월가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국의 무역수지 누적 흑자액과 외환보유액 누적 감소액을 더하면 최근 6개월 동안 1조4000억달러가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위안화 추가 절하에 따른 급격한 자본 유출 우려가 여전하다”며 “시장 참가자들은 위안화 환율을 달러화와 연동시킨 사실상의 페그제가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국유 상업은행 등을 통해 미국 달러화를 매도하는 시장 개입을 단행했지만 ‘실탄’만 낭비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외신은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이 선전 등 일부 무역 중심지 은행에 대해 1월 한 달간 달러 매입 금지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중국 금융당국의 증시 안정 노력에 대해서도 월가 분위기는 회의적이다. 중국 정부가 이날 관리 중인 펀드를 통해 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대형 금융주를 집중 매입하면서 증시를 떠받쳤지만 일시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7일 밤 비상대책회의에서 증시 급락 시 거래를 중지시키는 서킷브레이커 제도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지만 이에 대한 반응도 부정적이다. 월가의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의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중국 정부가 시장을 떠받칠 기회조차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서킷브레이커 중단 역시 시장 개입을 위한 시간벌기가 목적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대한 시장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UBS는 “중국 정부가 제시할 것으로 보이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 6.5% 달성은 과잉설비와 과다부채, 주택 과잉공급 등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성장률 목표 달성과 위안화 안정, 주가부양, 주택가격 급락 방지 등을 위해 취해온 조치들은 서로 상충되는 측면이 많아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로 인한 금융시스템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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