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SNS로 불법 도박업체 홍보…무섭게 퍼지는 '블랙 마케팅'

입력 2016-01-09 09:05   수정 2016-01-09 17:14

해킹 ID 구매해 인터넷에 성매매 사이트 링크·댓글 올려
홍보비로 매출 30% 챙기기도

"바이럴 마케팅 시장 60%는 불법
단속 피하려 중국·베트남서 활동"



[ 박상용 기자 ] 지난해 12월30일 마산 중부경찰서는 중국에서 200억원대 사설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해온 김모씨(50) 등을 붙잡았다. 대부분 불법 도박사이트는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중국 필리핀 등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도메인 주소를 수시로 변경하는 등 폐쇄적으로 운영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불법 도박사이트를 찾아가는 것일까.

답은 ‘블랙 바이럴 마케팅(black viral marketing)’에 있다. 바이럴은 ‘바이러스의’를 뜻하는 형용사로 바이럴 마케팅은 ‘바이러스처럼 입소문이 퍼지게 한다’는 의미다. 주로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홍보 대상의 글을 집중적으로 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바이럴 마케팅은 식당, 병원, 약국, 학원, 일반 기업 등을 홍보하는 ‘화이트 마케팅’과 성매매 업소, 불법 도박사이트 등을 홍보하는 ‘블랙 마케팅’으로 나뉜다. 범죄 행위를 홍보하는 만큼 불법이지만 경찰은 이 같은 업체들의 존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건당 6000만원까지 범죄 수익 올려

블랙 마케팅 업체들은 인터넷 도박 및 성매매 수요자가 많은 사이트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대상은 주로 20대 이상 남성 이용자가 많은 스포츠·취미 사이트다. 이들은 여기에 불법 도박사이트 등의 링크를 게시물이나 댓글로 올리는 방법으로 홍보한다. 오피스텔 성매매 업소는 이들 업소의 연락처를 취합한 사이트 주소를 따로 올린다.

이들은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주로 다른 사람 명의의 포털사이트나 SNS 아이디를 중국에서 사들여 이용한다. 개당 100원도 안 되는 해킹 아이디를 수백개씩 구매한 뒤 마케팅 활동을 벌인다. 아이디와 게시물 홍보 내용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글이 올라가는 프로그램도 이용한다. 1분에 아이디 하나로 100개까지 글을 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1000만~2000만원에 거래된다.

같은 아이디로 글을 너무 많이 올리면 포털사이트에서 제재를 받기 때문에 한 번 사용한 아이디는 1주일에서 한 달간 쓰지 않는다.

블랙 마케팅 업체는 최대 10명으로 구성되며 혼자 활동하는 사람도 있다. 합법적인 인터넷 마케팅 업체가 수십명에서 수백명까지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사람이 적어야 실체가 노출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업은 이들을 전담하는 브로커를 통해 이뤄진다. 홍보가 필요한 불법 사이트가 있으면 인맥을 통해 블랙 마케팅 업체를 섭외하는 식이다.

불법인 만큼 수익률이 높다. 불법 사이트 매출의 20~30%가 블랙 마케팅 업체에 제공된다. 2개월 동안 사이트 홍보를 담당하면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6000여만원의 홍보비를 받는다.

인터넷 마케팅의 60%는 블랙

업계 관계자들은 블랙 마케팅이 바이럴 마케팅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최재봉 고려대 온라인마케팅 최고경영자과정 외래교수는 “게시물 작성에 대한 포털업체들의 제재가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 블랙 마케팅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정도”라며 “업체에 고용되면 월 150만원으로 아르바이트치고는 급여가 괜찮아 대학생도 많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블랙 마케팅이라는 시장이 따로 존재하는 건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성매매나 도박사이트를 홍보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이 해당 사이트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홍보글을 올린 블랙 마케팅 직원이 입건되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3년간 블랙마케팅을 해온 김모씨(27)는 “과거에는 서울 강남 오피스텔에 이른바 ‘작업장’을 차리고 3~6개월 주기로 옮겨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며 “요즘에는 경찰 단속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이동하는 업체도 있다”고 했다.

블랙 마케팅 업체들은 경찰의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 추적을 피하기 위해 여러 가구가 거주하는 건물에 작업장을 차리고 대포 인터넷공유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블랙 바이럴 마케팅

black viral marketing. 바이럴 마케팅은 인터넷 블로그, 카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기업이나 제품 정보를 자연스럽게 제공해 홍보하는 마케팅 방식이다. 블랙 바이럴 마케팅은 불법 도박사이트나 성매매사이트 등을 홍보하는 바이럴 마케팅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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