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도박' 이후] 김정은 떨게하는 B-52 폭격기…"북한 지휘부 지하벙커도 파괴"

입력 2016-01-10 18:57  

현장에서 - 최승욱 선임기자 (오산공군기지) swchoi@hankyung.com

괌에서 온 '하늘의 요새'
북한 핵실험 4일 만에 한반도 상공서 무력시위

핵폭탄 등 31t 무기 무장
핵탄두 순항미사일도 장착
"김정은 도발의지 무력화"



[ 최승욱 기자 ] “지금 활주로 동쪽 상공에서 진입하고 있습니다.”

미국 공군의 장거리 폭격기 B-52H 한 대가 10일 낮 12시 정각에 경기 평택시 오산 공군기지 하늘에 모습을 드러내자 우리 공군 관계자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B-52의 좌·우측에는 한국 공군의 F-15K 전투기와 미 공군의 F-16C 전투기가 호위 비행했다.


B-52는 굉음과 함께 서쪽으로 날아갔다. 시야에 잡히는 3㎞ 구간을 지나가는 데 30초 남짓 걸렸다. B-52는 한반도 상공을 비행한 뒤 이날 오후 괌에 있는 앤더슨기지로 복귀했다. 활주로 바로 옆에는 북한의 탄도탄 공격으로부터 기지를 방어하기 위한 요격용 미사일 패트리엇(PAC-3) 발사대가 보였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미군을 대표하는 전략무기인 B-52가 내외신 기자를 초청한 가운데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북한의 지뢰 도발 이후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도 B-52는 한반도에 출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이 북한 핵실험 4일 만에 핵심 전략 무기를 한국 영공에 보낸 것은 북한의 추가 도발 시 강력히 응징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군 관계자는 말했다.

2013년 2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 뒤 40여일 지난 3월 중순께 B-52가 한반도 상공을 두 차례 지나간 적이 있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B-52의 한국 출격을 통해 북한의 추가 도발 의지를 봉쇄하고 공개 경고하는 차원에서 전개된 것”이라고 말했다.

B-52는 길이 48m, 너비 56.4m, 무게 221.35t에 최대 항속거리가 1만6000㎞에 달한다. 최대 31t의 폭탄을 싣고 6400㎞ 이상을 날아가 폭격한 뒤 돌아올 수 있다. 핵폭탄과 재래식 폭탄 35발, 핵탄두 순항미사일 등을 장착할 수 있다. 사거리 3000㎞의 AGM-129 핵탄두 스텔스 순항미사일의 폭발력은 200kt에 달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 폭발력(16kt)의 12배 이상이다. 땅 깊숙이 파고들어 북한 지도부의 지하 요새를 파괴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GBU-57)도 탑재하고 있다.

B-52는 1991년 걸프전에서 미국 본토에서 이륙, 이라크 전역에 융단 폭격을 퍼부어 기반시설을 파괴했다. 군 관계자는 “한반도 유사시 B-52 서너 대가 동시에 폭격을 가하면 반경 수십㎞가 초토화된다”며 “평양은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폭격기의 제왕’ ‘하늘을 나는 요새’ 등의 별칭을 갖고 있는 B-52는 1960년 첫 비행 이후 현재까지 미 공군의 주력 폭격기로 활약 중이다. 항전장비를 디지털화한 H형 80여대를 운용 중이다.

미국과 한국 공군은 B-52 비행에 앞서 활주로에서 양국의 입장을 발표했다. 미 7공군사령관인 테런스 오셔너시 중장은 “대한민국 방위와 한반도 안정 유지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굳건하다”고 밝혔다. 한국 공군작전사령관인 이왕근 중장은 “우리 공군은 적이 언제, 어디서, 어떠한 형태로 도발해오더라도 단호하게 응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다음달 핵 추진 항공모함을 한반도에 작전전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욱 선임기자 (오산공군기지)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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