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13대 왕 명종 때의 일이다. 대사헌 이탁 등이 명종의 외삼촌 윤원형의 죄악 26가지를 적은 봉서를 왕에게 올린다. 그중 대표적인 죄목으로 거론한 것이 ‘해변 간척지와 내륙 기름진 땅을 모두 점유하고 빼앗아 백성의 원성이 자자하다’는 것이었다. 굳이 윤원형 입장에서 핑계를 대자면 땅 투기, 지벽이다.
‘하늘 높이 화려한 저택 10여채를 짓고, 끊임없이 집을 지어 토목 공사를 일으킨다’는 지적도 있었다. 땅 사서 집짓는 집 투기, 가벽(家癖)이다. 이 둘을 아우르는 신자본주의 경제에 걸맞은 집착을 찾자면 전벽(錢癖)이다. 결국은 돈병(錢癖)에 비판의 화살이 날아든 셈이다.
내년에도 우리 국민은 집에 대한 ‘불안’이 가득할 전망이다. 집값도 불안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얼마나 오를지 알 수 없다. 주거를 둘러싼 불안이 가중되면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고 결국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 실내 인테리어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이유다.
분명 내 집인데 내 집 같 ?않은 독특한 집 만들기는 주로 안방 침실부터 시도한다. 호텔 객실의 안락함에 아낌없이 돈을 쏟아붓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안방에 각종 투자가 이어진다. 품팔이 셀프 인테리어는 주로 가구 재배치를 통해 이뤄진다. 단 가구를 바꾸기 전에 몇 가지 꼭 알아야 할 내용이 있다.
안방 가구 중 으뜸은 침대다. 침대가 주인이라면 다른 가구는 손님일 뿐이다. 주인 머리는 벽에 붙여 귀인의 도움을 부르고, 떠 있으면 정신이 맑지 못해 몸이 쉽게 피곤해진다. 눈을 떠 방문과 마주하면 관재구설이 따르고, 침대 위 선반은 꿈자리를 사납게 한다.
풍수학 서적인 팔택명경은 ‘들보가 가로로 침대를 누르면 현침살(懸針煞)로 소구(小口)를 파손시킨다’고 했다. 소구란 어린 아이다. 침대 위 들보는 머리를 누르니, 커튼이 줄줄이 달린 케노피 침대가 사람에게 좋을 리 만무하다. 침대 정면 거울에 본인의 모습이 비친다면 푸른 액자로 바꿔 달고, 거울은 잠시 쉬게 하자. 창 아래 침대머리는 바람 맞는 길이니 남녀노소 누구나 피해 몸을 보존하고, 운기를 도모함이 합당하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1.9%는 집에 가만히 있을 때 가장 마음이 편하다고 말한다. 공간이 주는 행복과 마음을 살리는 공간을 꿈꾸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사치 아닌 품팔이 공간 바꾸기 벽(癖)쯤은 시도해도 괜찮지 않은가. 단 제대로 알고서 말이다.
강해연 < KNL 디자인그룹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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