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유치 어려운 중소중견 면세업체들에 들불처럼 번질 우려
2월 시내면세점 오픈을 앞둔 제주관광공사(JTO)가 브랜드 유치로 인한 어려움 때문에 글로벌 면세기업 DFS에 제품공급을 맡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막을 수 있는 관련 규정이 따로 없어 사실상 외국기업의 국내 면세시장 진출이 확실시 되고 있다.
사진=지난 7월 10일 서울과 제주 시내면세점 4개 특허에 대한 심사 결과를 발표하는 이돈현 관세청 차장. 이날 제주지역은 3개 업체가 경합을 벌였으며, 제주관광공사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특허획득에 성공했다.
문제는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신규 시내면세점 업체들도 JTO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선례를 남겨 국내 면세업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 역시 부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JTO 관계자에 따르면 작년 10월 DFS와 Dufry로부터 ┥횬?받았다고는 하나, 이미 작년 5월 특허를 도전하는 과정에서 관세청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외국 거대 면세 자본의 힘을 빌릴 계획을 집어넣었다. JTO관계자는 "매장 구성과 브랜드 입점 계획을 여러 각도로 구상한 결과"라며 "입찰을 포기한 이랜드도 사업계획서 내에 Dufry와의 공급계약 협의를 맺는 등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많은 업체들이 고려하는 부분"이라고 일축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다른 중소기업 업체들에게도 들불처럼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제주관광공사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 위치한 여러 중소기업들도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과 제주, 부산을 제외하곤 외래 관광객 수가 크지 않고, 그만큼 매출이 크지 않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매출이 나오지 않는 곳에서 이미지만 소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입점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셈. 전체 매출과 볼륨이 적은 국내 면세업계에서 중소중견은 항상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수도권 중소중견 면세점 관계자들도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한 중소중견 면세점 관계자에 따르면 "중소중견 업체들은 특 A급 브랜드를 들여오는 것을 거의 포기상태"라며 "흔히들 얘기하는 B급 브랜드들조차 중소기업은 만나주지도 않는다. 결국 유통이 용이한 대형업체에 손을 뻗을 수밖에 없고, 우리도 내부적으로 브랜드 유치방안의 하나로 논의가 진행되는 중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브랜드 유치에 대한 어려움은 중소중견 특허를 내 줄 때부터 예상됐던 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운영에 있어서 가장 핵심은 사항은 MD다. 장소와 인테리어도 중요한 鴉弩犬? 구색을 갖춰야만 고객 유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브랜드 유치와 구매가 핵심 사항으로 꼽힌다"며 "처음 중소중견 특허를 내줄 때부터 우려됐던 일이 결국 벌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관세청은 면세점 운영 자격을 심사하는 입찰과정을 거치고도 '브랜드 협상력이 없는 업체들에게 특허를 내 주게 된' 검증작업의 오류를 드러낸 셈이다. 그러나 관세청은 현실적인 중소중견 면세점 경쟁력 강화측면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오히려 시장의 독과점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법적으로도 전혀 제제사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관세청 관계자는 "지금도 중소기업들이 롯데, 신라, 신세계 등 대기업에 물품 공급을 의존하고 있는 상황인데, 다른 공급책을 두지 않으면 이 구조는 더 심화되고 의존도는 높아진다"며 "롯데와 신라 등 대형 면세점도 면세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이런 방법으로 물건을 받아왔다. 현재 중소중견 면세점들이 브랜드 협상력에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경쟁력 강화를 통해 개선되지 않겠느냐"며 사안의 양면성을 봐달라고 전했다.
또한 외국자본 유입의 법적 차단근거도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만일 외국자본의 유입을 막기 위해 법적으로 근거를 두면 국제무역기구의 제제를 받을 우려가 있어 사실상 조항으로 넣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때문에 글로벌 상품 소싱 능력 부분은 심사기준에 명확히 고정시키지 않고 있으며,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입찰과정 시 심사위원들이 판단할 문제로 본다"고 전했다.
대기업 위주의 현 시장구조 개선 측면에서 관세청의 주 揚?일면 타당성은 있다. 그러나 대기업이 주도했던 과거 면세시장과는 달리 중소업체의 약점을 파고든 외국기업들의 우회 진출이 국내 업계에 미칠 파장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가격과 브랜드력으로 한국 중소중견 면세시장을 지속적으로 잠식해 나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글로벌 업체들의 향후 움직임에 대한 우려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백진 한경닷컴 면세뉴스 기자 baekjin@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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