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늘 디지털전략부 기자) 끼니를 챙겨먹기 힘든 사람, 밥 먹는 시간조차 아까운 사람을 위한 식사대용식이 나왔습니다. 작년 10월 분말형 식사대용식 '랩노쉬'를 출시한 박찬호(31) 이그니스 대표는 "선식이나 다이어트용 대체식은 맛이 없고 먹기 불편하다는 반응이 있었다"면서 "기존 식사대용식의 아쉬움을 해결하기 위해 랩노쉬를 개발했다"고 말했습니다.
랩노쉬는 한 끼 식사를 완전히 대신할 수 있는 대용식을 표방합니다. 선식은 탄수화물 비중이 높고, 다이어트식은 칼로리를 낮추는데 중점을 두다 보니 3대 영양소(탄수화물 단백질 지방)는 불충분하다고 하네요. 랩노쉬는 한국영양학회의 '한국인 영양 섭취 기준'을 참고해 한 끼 식사 분량을 충족하는 3대 영양소와 23가지 비타민, 미네랄을 한 병에 담았습니다. 소화흡수를 돕기 위해 5종 혼합 소화효소를 첨가했고 방부제나 합성보존료도 넣지 않았습니다.
먹기 간편한 것도 장점입니다. 병에 분말을 담은 채로 포장돼 있어 물만 부어 흔들어 먹고 버리면 됩니다. 박 대표는 “바쁜 일상에 자주 끼니를 거르는 직장인을 중심으로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 업무 중 떠올린 아이디어가 단초
박 대표는 서 ??경제학과 재학 시절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마음 맞는 학교 동기이자 지금은 이그니스 공동창업자가 된 윤세영 이사와 머리를 맞대고 창업 아이템을 고민했죠. 프랑스에서 한국산 스티커 사진기나 디자인문구가 인기있다는 얘길 듣고 수출업체를 차릴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사업자 등록에만 10억에 가까운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걸 알고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 앱을 기획했으나 다시 좌절을 겪었죠.
이들은 "아직 돈도 세상 경험도 부족해서 그렇다"는 결론을 내리고 일단 취업해 일을 배우기로 결심했습니다. 2011년, 박 대표는 종합상사, 윤 이사는 건설사에 들어가 3년 반동안 일하며 업무경험과 창업 종잣돈을 쌓았습니다. 직장생활 3년 반만인 2014년 여름, 창업 준비가 됐다는 판단을 하고 퇴사해 분당에 조그만 사무실을 차렸습니다.
이들의 첫 창업 아이템 후보는 온라인 1:1 대학생 과외 서비스였습니다. 사업을 준비하다보니 바쁜 일정에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는데요. 이때 박 대표는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으면서 영양 걱정도 없는 식사가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문득 종합상사 근무 시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기있는 소일렌트(Soylent)라는 식사대용식을 조사했던 기억이 떠올랐죠. 시장조사를 해 보니 아직 한국과 아시아에는 같은 개념의 제품이 없었습니다. 바쁜 현대인의 생활주기에 맞는 진보된 형태의 식사라고 판단하고 직접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 식품공장 50곳 넘게 돌아다녀
원료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이를 어떻게 배합할지가 문제였습니다. 다행히 식품기술사협회장을 역임한 이형재 박사가 무료로 자문을 맡아준 덕분에 제품 기획을 마쳤습니다. 미래형 식사대용식을 만들겠다는 젊은이들의 패기를 높이 평가한 덕분이라고 합니다. 한국인은 영양성분이 좋아도 맛이 없으면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3가지 맛 (그린시리얼, 쇼콜라, 그래놀라 요거트)을 갖췄습니다.
생산을 맡을 업체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주문량이 적기 때문에 선뜻 나서는 업체가 없었다고 합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8개월간 돌아다니며 50개가 넘는 식품공장을 방문한 끝에 충북 제천에 있는 신영에이치에스라는 회사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2014년 7월 컴퍼니케이파트너스에서 6억원 투자를 받으면서 사업에 본격적으로 탄력이 붙었습니다. 식약청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던 인재를 제품개발자로 영입하는 등 인력을 충원했습니다.
◆한국 크라우드펀딩 사상 최고액 달성
2015년 10월 드디어 첫 제품이 나왔습니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선주문을 받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10월 한달간 주문액 약 1억원을 달성했습니다. 한국 최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와디즈에서 달성한 기록이니, 한국 최고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같은 해 12월까지 자체 홈페이지, 편집샵 29cm 등을 통해 1억5000만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출시 3개월만에 2억5000만원을 끌어모은 겁니다. 오는 2월에는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도 입점한다고 합니다. 박 대표는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다진 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전역 진출을 노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가격이 약간 비싸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한달 분(30개 들이) 기준으로 병 제품은 개당 3900원, 파우치는 3000원입니다. '한 끼 식사'라고 생각하면 싼 가격이지만 분말 85g에 대한 가격이라고 생각하면 적지 않은 값이죠. 박 대표는 "콩단백이 아닌 우유단백질을 이용하는 등 원가가 높은 원료를 사용했기 때문"이라며 "원가율이 약 60%에 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는 제품군 다양화, 고급화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물을 타 섞을 필요 없는 액체형 제품과 바, 쿠키형태의 제품, 실버세대를 위한 제품과 웰빙을 추구하는 소비자를 위한 유기농 원료 제품 등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알약을 만드는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합니다. (끝) /sk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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