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으로 빚어낸 시어들…보석처럼 빛나는 재미와 깨우침

입력 2016-01-1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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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규 씨 시집 '오른손이…' 출간


[ 박상익 기자 ] 일상을 서정성 짙은 시어로 노래해 온 원로 김광규 시인(75·사진)이 11번째 시집 《오른손이 아픈 날》(문학과지성사)을 내놓았다. 시력(詩歷) 40년을 기념하는 시집이자 지난 4년간의 일상을 깎고 다듬어낸 결과물이다.

평범한 삶의 풍경은 시인의 손끝을 거쳐 잘 세공된 보석처럼 빛난다. 시 ‘까만 목도리’의 소재는 단순하다. 목도리를 잃어버린 단순한 이야기다. 시인은 “그것은 결국 내 목에 두르기 전으로 되돌아갔다”며 “무엇을 소유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여태까지 살았다”고 반성한다. 하지만 따스했던 까만 목도리가 인사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고 섭섭해하는 모습을 보면 빙긋 웃음이 나온다.

시간에 대한 언급도 눈에 띈다. 새 모이를 담은 소반을 아침나절부터 저녁까지 지켜보고(‘새와 함께 보낸 하루’), 할아버지가 알려줬던 난초꽃 향기의 아름다움을 손자에게도 알려주고 싶지만 게임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며 ‘녀석이 나이 들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난초꽃 향기’)고 멋쩍어한다. 이렇듯 시인이 노래하는 삶은 특별하?않아도 소박하게 스며든다.

시집의 후반부에는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지에 대한 생각이 들어 있다. 시인은 비행기 안에서 정신을 잃거나 자동차 열쇠를 어디에 뒀는지 일곱 시간 동안 고민한다. 유서를 써보기도 하지만 통속적이란 생각에 찢어버린다. ‘그러고 보니 후세에 남길 만한 멋진 말은/ 한마디도 없구나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이 문안을/ 북북 찢어버리고/ 다시 써야겠다 이렇게 시간을/ 끌다 보면 유서 한 장 제대로 못 남기고/ 세상을 뜨게 될지도 모르겠지만’(‘쓰지 못한 유서’ 부분)

2014년 세상을 떠난 문우(文友) 김치수(문학평론가)에 대한 그리움도 시에 담았다. ‘(…)우리 또래/ 글쟁이들 가운데서도 적잖은/ 시인 소설가 평론가 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곳으로 떠나갔지 이제는/ 내가 아는 사람들이 이곳보다/ 그곳에 더 많아진 것 같군’ (‘그대 가 있는 곳’ 부분)

해설을 쓴 이숭원 서울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김광규 시의 매력은 일상적인 생활의 언어가 창조하는 의미의 다층적 배치와 통섭에 있다”며 “그처럼 친근한 어법으로 시 읽는 재미와 삶의 깨우침을 동시에 안겨준 시인은 흔치 않다”고 평가했다. 관념에 갇히지 않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시를 빚어내는 시인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대한 지적이기도 하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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