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유일호 경제팀, 환율 관리에 집중해야

입력 2016-01-15 17:45  

"97년 위기 그림자 어른거리는 한국
적정 환율 운용과 과감한 규제혁파
성장동력 육성 위한 돌파력 보여야"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경제학 >



박근혜 정부 3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경제부총리로는 처음으로 이름자를 딴 ‘초이노믹스’로 명명되며 출발했던 2기 경제팀은 추경 등 여러 정책과 부동산경기 정상화 등 업적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성장률 하락, 수출감소, 부실기업 증가로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돼 안타깝다.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 둔화와 국회 ‘경제활성화법’ 통과 지연 등이 주원인이다.

그러나 미국, 영국, 일본, 인도 경제의 상승세는 물론 싱가포르도 5%가 넘는 성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국내 경제 부진의 원인을 외부로만 돌려서는 안 될 것이다. 엔화 대비 과도하게 고평가된 원화가치가 수출감소와 기업부실 증가를 초래하고, 소득주도 성장론 ‘기업소득환류세제’가 투자나 소비회복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시점에 이런 문제를 돌아보는 것은 전임 경제팀의 공과를 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 4년차를 맞아 출범한 3기 경제팀이 가시적인 성과를 뺙邨틴?한국 경제의 선진국 도약 발판이 마련될 것이므로 무엇이 잘 돼 왔고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성찰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3기 경제팀은 반드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책무를 염두에 둬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서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하는 것이 첫 단추를 바로 끼우는 일이다. 2기 경제팀의 기업소득환류세제와 같이 충분한 의견수렴 없는 방향설정은 되돌리기 힘든 문제를 수반할 수도 있다. 일단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하면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과감하게 추진하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경제정책 면에서는 위기예방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새해 벽두부터 불어닥친 중국 쇼크, 원유가격 급락 등 모든 정황이 예사롭지 않다. 1997년 외환위기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위안화 절하, 엔저 그리고 대통령선거가 있었다는 점이 우연이 아니다. 당시는 중국의 고성장과 글로벌 경제 호조에다 한국도 고성장 끝이라서 견뎌낼 수 있었다. 지금은 중국과 글로벌 경제 모두 안 좋고 한국도 오랜 저(低)성장으로 가계는 물론 기업의 체력도 고갈된 상태다. 다시 위기가 오면 정권차원의 문제 정도가 아니다. 한국은 회복하기 힘든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혼신의 힘과 지혜를 모아 위기 예방에 진력해야 하는 이유다.

거시정책면에서는 환율관리가 핵심이다. 원화의 대(對)엔화, 대위안화 고(高)평가는 추락하고 있는 수출과 기업수익을 악화시키고 과도한 절하는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투자자금의 유출을 초래한다. 위안화와 엔화의 움직임을 고려해 한국 수출의 가격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다른 한편 외국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출되지 않는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절하시키는 절묘한 운용이 긴요한 시점이다. 사실상 원화 환율은 달러, 엔, 위안화 환율을 고려한 암묵적인 바스켓 환율로 운용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국제 금융외교도 강화해 환율정책 운신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자본유출 관련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충분한 외화유동성 확보, 통화스와프 등 2선 외화유동성 확보도 중요하다.

아울러 구조개혁과 부실기업 구조조정으로 기업부실이 금융부실로 전이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네거티브 규제 등 과감한 규제혁파로 신성장동력 육성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과도한 복지와 보조금 등 지출구조 개혁과 ‘넓은 세원 낮은 세율’ 등 재정개혁으로 재정위기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는 일도 중요하다. 구조개혁, 규제혁파와 관련해 야당은 물론 관련 이익단체들과 대화하고 설득해야 하며 공권력이 필요한 경우는 지체 없이 집행하는 등 과감한 추진력과 돌파력을 보여줘야 한다.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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