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석래 회장에 징역 3년…법정구속 안해
효성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발생한 일
실형판결 안타깝다…항소심서 소명할 것"
[ 김인선/송종현 기자 ]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석래 효성 회장이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횡령·배임 혐의를 모두 무죄로 봤으나 조세포탈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하지만 조 회장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8부(부장판사 최창영)는 15일 “피고인은 자신과 효성이 한국에서 갖는 사회적 위치를 고려하면 투명하게 기업을 경영할 책임이 있음에도 조세 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징역 3년에 벌금 1365억원을 선고했다. 횡령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장남 조현준 사장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내렸다.
◆“횡령 및 배임은 무죄”
법원은 조 회장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두 가지 점을 분명히 했다. 횡령 및 배임 혐의는 무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조세포탈에 대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법원은 검찰이 주장한 횡령 698억원, 배임 233억원 등 931억원을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이 주장한 조 회장의 배임 혐의로 인해 효성이 손해를 입은 것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조 회장이 싱가포르법인에 개인 채무를 갚도록 해 회사에 233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에 대해 “이 사건 대손처리는 회계상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는 대여금 채권을 대상으로 한 회계 처리에 불과하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조 회장이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중국법인 소유의 법인자금 798억원을 횡령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는 “기술료 상당액은 중국법인들이 유효하게 지급한 것이므로 횡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판결은 기업인의 경영상 판단으로 인한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는 최근 추세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법원은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 이석채 전 KT 회장,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등의 배임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분식회계로 인한 탈세 혐의에 대해서는 “부실자산을 외부에 노출하기 곤란한 상태에서 이를 정리하기 위해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1358억원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해외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종합소득세 110억원을 포탈했다는 혐의에는 “해당 SPC의 주식 자체를 조 회장의 차명 주식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조 회장의 세금 납부 의무를 인정하지 않아 무죄로 판단했다.
조 회장의 장남 조 사장도 개인 용도로 쓴 신용카드 대금 16억원을 법인 자금으로 결제해 횡령하고 부친 소유의 해외 비자금 157억원을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증여받아 70억원 상당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 등을 받았지만 재판부는 횡령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조 회장은 선고 내내 한 차례 방청석을 둘러봤을 뿐 고개를 들지 않았다.
◆효성 “항소심서 적극 소명할 것”
효성은 법원 판결에 대해 안타깝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효성은 이날 유죄 판결을 받은 조 회장의 조세포탈에 대해 1997년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단행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개인이 사적 이익을 전혀 취하지 않은 가운데 발생한 일이라는 점을 항소심에서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효성은 외환위기에 따른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1998년 효성T&C, 효성생활산업, 효성물산, 효성중공업 등 4개 회사를 효성에 합병했다. 동시에 사업조직을 섬유, 화학, 중공업, 정보통신, 무역 등 ‘사업그룹’으로 나누고 그 아래 사업부를 둬 사업부에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다.
효성은 이 과정에서 효성물산을 정리하려고 했지만 정부와 금융권의 요구로 정리하지 못하고 합병해 상당액의 부실자산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세포탈은 이 부실자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이라는 게 효성의 주장이다.
효성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조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떤 개인적 이익도 취한 적이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조세포탈 혐의를 받은 금액보다 훨씬 많은 5000억원 이상을 법인세로 납부해 국가 세수의 감소를 초래하지 않았다는 점을 항소심에서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김인선/송종현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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