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우 산업부 기자
[ 강현우 기자 ]
지난 13일 오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 인근 서머셋 쇼핑몰. 프라다 루이비통 등 명품매장마다 상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비슷한 시간 디트로이트 시내 한복판인 미드타운의 대형마트 ‘홀푸드마켓’에도 물건값을 계산하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소비가 살아났다는 징조로 읽혔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 디트로이트가 살아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의 본사와 주요 공장이 모여 있는 디트로이트는 2000년대 들어 빅3의 몰락과 함께 ‘죽은 도시’가 됐다. 도심 빌딩은 비어갔다. 주택가에도 빈집이 늘어 폐허를 방불케 했다. 2009년 GM과 크라이슬러의 파산, 2013년 시정부 파산 등은 지역 경제를 더욱 심한 불황으로 몰아넣었다.
지금은 아니다. 저유가에 힘입어 자동차 공장들이 풀가동되고 있다. 기름을 많이 먹는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큰 차에 강점이 있는 ‘빅3’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빅3의 북미지역 자동차 생산량은 2011년 775만대에서 2014년 1023만대까지 늘어났다.
이 덕분에 도심 빌딩과 주택들도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 디트로이트를 등졌던 시민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어서다. 2012년 평균 8만달러대까지 떨어졌던 주택 가격은 지난해 말 12만달러를 돌파했다. 실업률은 같은 기간 12.6%에서 5.1%로 뚝 떨어졌다. 공장이 돌아가고 도심이 붐비면서 소비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난해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디트로이트 시내 중심가에 문을 연 대형마트인 홀푸드마켓은 2017년까지 매장 세 곳을 더 낼 계획이다.
한국 자동차부품업체들도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빅3 완성차 회사의 부품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부품 수입액은 2009년 26억달러에서 2014년 83억달러로 뛰었다.
전병제 KOTRA 디트로이트무역관장은 “2009년 디트로이트 지역에 진출한 한국 부품업체는 30개가 채 안 됐지만 현재 100여개로 늘었다”고 전했다. 그는 “예전에는 1차 협력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2~3차 협력업체가 많았지만, 디트로이트 지역에 공장을 짓고 완성차업체와 함께 부품을 개발하는 1차 협력업체도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부품업체들은 한국GM의 주선에 따라 이곳에 진출했다. 최근엔 현대모비스가 크라이슬러에 1차 협력업체로서 핵심부품인 차체 모듈을 공급하는 데 성공한 것을 계기로 포드와 크라이슬러 등 완성차업체를 뚫은 부품업체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작년 9월에는 중견 부품업체 B사가 7년간 총 8000만달러의 부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포드와 체결했다. 자동차공장 설비업체인 H사도 포드에 2017년부터 설비를 공급하기 위한 공장을 디트로이트에 건설하고 있다.
강현우 산업부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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