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의 전직 장관들, 한국 과학을 말하다

입력 2016-01-1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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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아 원장 '혁신의 순간들'


[ 박근태 기자 ] “통치자가 바뀌어도 과학기술 정책이 연속적으로 유지돼야 합니다.”(서정욱 제20대 과학기술부 장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연구소와 조직이 무의미하게 통폐합되는 건 보여주기식 개편일 뿐 아니라 연구의 지속성을 떨어뜨립니다.”(오명 초대 과학기술부총리·제24대 과학기술부 장관)

출범 4년째를 맞은 박근혜 정부 정책에서 과학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올 때가 잦다. 창조경제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해 새로운 일자리와 먹거리 창출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 경제에 치우치다 보니 정작 뚜렷한 과학정책 방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사진)이 전직 과학기술부 장관 14명을 일일이 만나 쓴 책 《혁신의 순간들》에는 고도성장기는 물론 금융위기를 돌파하며 혁신을 고민해온 한국 과학기술의 숨겨진 이야기가 소개된다.

1980년대 연구개발(R&D) 예산이 국민총생산(GNP)의 2%에 머물던 시절, 한국은 다른 나라 기술을 모방하던 연구 풍토의 틀을 깨고 기초과학 연구 진흥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1990년대엔 선진국 견제에 밀려 미뤄왔던 우주와 원자력 기술 자립화라는 도전에 나섰다. 외환위기 여파로 출연연구기관 연구자를 줄이면서도 한편에선 과학기술부를 부총리제로 승격시키고 R&D 투자를 다시 늘리며 과학기술을 위기 극복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흥미로운 점은 전직 과학기술 장관이 재임하던 모든 시기에 한국 사회는 항상 위기였다는 사실이다. 다만 전직 대통령과 관료, 과학자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과학기술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밝혔고 미래 희망의 청사진을 과학 기술에서 찾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직 장관들이 끊임없는 혁신 속에서도 한결같이 과학기술 진흥을 위해 지도자의 리더십과 정책 의지, 안정적인 연구 환경과 한 번 정한 정책의 일관된 추진 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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