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 품고 점유율 14% 넘어
삼성·LG "기술로 승부할 것"
[ 정지은 기자 ]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칭다오하이얼(이하 하이얼)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문을 54억달러(약 6조56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세계 가전업계가 출렁이고 있다. 미국 시장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하이얼이 단숨에 2위권으로 부상하면서 판도가 바뀔지 업계는 주시하고 있다.
이번 인수에 대해 가장 촉각을 세우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하이얼은 저가 냉장고, 세탁기, 온수기 등을 주로 판매해 왔다. 삼성전자, LG전자와 정면으로 경쟁할 일이 거의 없었다. 세계 최대 가전쇼로 꼽히는 ‘CES’나 ‘IFA’ 등에서 마주칠 일은 있었지만 어깨를 견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GE는 다르다. GE는 양문형 냉장고, 빌트인 가전 등에서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과거에 비해 입지가 줄어들긴 했지만 영향력이나 브랜드 인지도를 무시할 수 없다. 삼성전자도 GE 가전사업 인수를 검토한 적이 있을 정도다.
업계에선 하이얼발(發) 가전시장 변동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GE의 텃밭인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라큐라인에 따르면 GE는 작년 1~3분기 미국 생활가전 시장 점유율에서 14.6%로 1위 월풀에 이어 2위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앞섰다. 하이얼 점유율(1% 수준)을 합치면 1위까지 넘볼 수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하이얼이 향후 GE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 하이얼은 인지도가 높지 않고 알더라도 소위 ‘싸구려’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이번 인수를 계기로 인지도를 단숨에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나 LG전자에선 “지금 당장 판세가 뒤집힐 일은 없다”고 말한다. 하이얼이 GE를 인수하고 통합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프리미엄 시장에서 위상을 굳건히 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는 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안심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이 반도체나 스마트폰 사업에서 써온 전략처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다면 가전부문 성장세도 빠를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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