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은지 기자 ]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주식시장에서는 통상 수출주가 반등하고는 한다. 가격 경쟁력이 강해지는 만큼 같은 상품을 팔더라도 기업 이익이 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자동차, 정보기술(IT) 등 주요 수출주는 오름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달러 강세=수출주 호재’라는 공식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수출주가 힘을 받지 못하는 것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기업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보다 외국인 투자자가 환손실을 피하기 위해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수급 우려가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수출지역인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가 둔화하면서 대형 수출주들이 환율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위안화 등 신흥국 화폐와 엔화, 유로화 등의 환율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글로벌 통화시장에서 환율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을 골라내고자 하는 투자자들의 갈증이 더욱 커지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환율, 경기 등이 지역별로 탈동조화(디커플링)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만큼 수출주 중에서도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 이익 안정성이 뛰어난 종목을 추려내야 할 때 箚?조언한다. 또 환율이 약세인 신흥시장 의존도가 높은 종목이라든지 경기가 둔화하는 지역의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 등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특정 지역이나 국가를 세분화해 분석해 본다면 ‘환율 파도’에도 불구하고 유망한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자산운용의 유완 캐머런 와트 최고투자전략가는 “중국 경기가 둔화하고 있지만 내수·소비시장은 아직 견고한 편”이라며 “한국 화장품 제조회사와 같이 중국 내수시장을 주력으로 수출하는 종목은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경제TV 와우넷 전문가들은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의류업체와 일본 업체와 경쟁관계에 있는 자동차업체를 ‘강(强)달러 시대’ 유망주로 꼽았다. 와우넷 전문가인 송관종 파트너는 “최근 들어 엔화 가치가 다시 반등하고 있다”며 “작년 한 해 동안 엔화 약세로 어려움을 겪은 수출주 상당수가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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