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하게 유지해오던 중국의 7%대 경제성장률 마법이 결국 깨졌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5년 만에 최저인 6.9%에 머물면서 중국의 고속 성장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초부터 중국발(發) 경기 둔화 우려에 흔들린 글로벌 증시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면서 또 다시 거세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며 당분간 중국 경제와 금융 시장에 대한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 중국, 소비·생산 등 실물지표도 부진
1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중국 GDP 성장률이 6.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90년 3.8% 이후 2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2014년 7.3% 보다 0.4% 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도 6.8%에 머물러 시장 예상치(6.9%)를 밑돌았다.
지난 16일 리커창 중국 총리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개소식에서 지난해 GDP는 7%에 가깝게 성장했다고 밝혀, 7%대 성장률 붕괴는 기정사실화됐다.
하지만 GDP 성장률 외에도 투자, 소비, 산업생산 등 실물지표가 일제히 예상을 밑돌면서 중국 경기 둔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지난달 중국 산업 생산은 5.9% 증가로 예상치(6.0%)를 하회했고 소매판매 역시 11.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미루어볼 때 중국의 GDP 성장률이 올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과학원 예측과학연구센터는 지난 5일 올해 중국의 GDP 성장률이 전저후고((前低後高) 양상을 보이며 상반기에 6.5%, 하반기에 6.8%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인민은행은 올해 중국 GDP 성장률 전망치로 6.8%를, 사회과학원은 6.6∼6.8%를 각각 제시했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GDP 성장률 확인 이후에도 올해 상반기 중국 경제와 금융 시장에 대한 불안은 계속될 것"이라며 "올해 1분기에도 경기 둔화 압력은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구조조정과 경기 부양을 어떤 식으로 균형있게 가져갈 지가 큰 변수"라며 "제조업 불황과 구조조정 후폭퐁이 확산될 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하늘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단기간 내에 중국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이벤트가 없다"며 "성장률 둔화와 함께 실물지표가 부진한 것도 (시장의) 예민한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국내 증시, 당분간 변동성 확대 불가피
올 들어 글로벌 증시는 중국의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짙어진데다 국제 유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는 물론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증시도 연일 하락세다. 전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3개월 만에 17,000선이 무너졌다. 밤사이 유럽 증시도 내부분 내림세로 마감했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는 위험 회피 구간에 위치해있다"며 "당분간 경계심을 이어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 증시 역시 이렇다할 상승 모멘텀(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 경기 둔화와 더불어 유가 하락, 환율 급등, 기업 이익 부진 등으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중국 GDP 성장률 자체는 부정적이지만, 이에 따른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경기 안정을 위해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재정 정책과 부동산 부양책"이라며 "특히 상반기 감세 등의 재정 정책이 나온다면 내수 경기에 큰 호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준율 인하 등 정부의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경제성장률 하락)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일부 상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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