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북핵 언급 안하는 미 정가

입력 2016-01-19 17:42  

박수진 워싱턴 특파원 psj@hankyung.com


미국 공휴일(마틴 루터 킹 데이)인 18일(현지시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워싱턴협의회 회원들이 워싱턴DC 인근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규탄하는 결의문을 미국 의회에 전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휴일임에도 이런 행사를 연 데 대해 황원균 워싱턴협의회 회장은 “북핵 문제가 다른 이슈에 그대로 묻어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어떻게든 북핵 문제를 이슈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보름이 채 안 됐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벌써 북핵 문제가 잊히는 분위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2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북핵’을 언급하지 않았다. 백악관 측은 “북한 지도자에게 특별한 관심을 주기 싫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대신 핵 공격이 가능한 B-52 전폭기를 한반도 상공에 띄웠다. 미 의회는 기존 대북 제재 내용을 집대성한 ‘북한제재 이행법안’을 통과시켰다. UN도 제재안 마련에 들어갔다. 2005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끊임없이 되풀이된 ‘북한의 핵 도발→미국의 무력시위→UN과 미 의회를 통한 제재안 마련’이라는 시나리오 그대로다.

17일 열린 민주당 대선 경선주자 TV토론회에서는 북핵의 ‘북’자도 나오지 않았다. 14일 열린 공화당 대선 경선주자 TV토론회에서도 몇몇 후보가 “중국이 북핵 문제에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짧게 거론했을 뿐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핵 문제는 현실적으로 중국의 제재 참여 말고는 달리 뾰족한 대응 수단이 없다”며 “임기가 끝나가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언급을 회피하는 게 상책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협조를 얻기 위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중국에 보낼 예정이다.

미국은 ‘전략적 무시’로, 중국은 ‘강 건너 불 보는 듯한 태도’로, 한국은 ‘중국 역할론’에 기대 북핵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는 사이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 핵탄두 소형화 쪽으로 핵 능력을 보강해가고 있다. 휴일에 워싱턴DC 한인들이 “우리라도 나서서 뭐라도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모인 이유다.

박수진 워싱턴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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