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형석 기자 ]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까지 급락하면서 원유 가격과 연동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가 저점이 가까워졌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시세 차익을 노리고 원유 ETF를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ETF는 기초지수의 가격 변화를 그대로 복제하는 상품이다. 원칙대로라면 원유 가격이 10% 오르면 ETF 가격도 10% 올라야 한다. 하지만 원유 ETF를 비롯한 원자재 연계 상품들은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27% 하락했다. 하지만 WTI 가격을 추종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원유선물(H)’의 같은 기간 낙폭은 34%에 달한다. ETF 수수료와 환헤지 비용을 감안해도 이해하기 힘든 차이다. 비밀은 원유 선물을 갈아탈 때 드는 ‘롤오버 비용’에 있다.
TIGER 원유선물(H)을 포함한 ETF들은 월 단위로 거래되는 선물을 통해 원유를 사들인다. 한 달이 지나 선물이 청산되는 시점이 되면 다음달 선물로 갈아타야 하는데 이때 롤오버 비용이 발생한다. 대개 미래 시점 선물은 현재의 선물보다 약간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과거 10년간 WTI 원유선물의 롤오버 비용은 평균 0.94%였다. 원유 ETF를 1년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가 롤오버 비용을 물면서 이익을 보려면 이 기간 유가가 최소 10% 이상 올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원유 ETF를 통해 장기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원유 외의 다른 원자재 ETF에도 롤오버 비용이 발생하지만 원유만큼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는다. 금과 같은 귀금속은 롤오버 비용이 거의 없다. 같은 원유라 하더라도 브렌트유의 롤오버 비용은 WTI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항상 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추세적으로 원유 가격이 내려가는 시점엔 미래 시점의 선물 가격이 더 낮게 형성될 수도 있다. 이때는 롤오버 과정에서 오히려 이익을 볼 수도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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