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채권단 동의 받아야 성공
22곳 대형 금융회사 참여해 인수금융 시장 '태풍의 눈'
[ 좌동욱 기자 ] ▶마켓인사이트 1월20일 오전 11시2분
올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인수금융(기업을 인수할 때 일으키는 대출) 시장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으로 씨앤앰(국내 케이블TV 3위 업체)이 떠오르고 있다.
신한은행 등 씨앤앰 채권단이 총 2조2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만기 연장 여부와 방식 등에 따라 대주주인 사모펀드(PEF)의 씨앤앰 매각 등 유료방송 시장 재편에도 적잖은 영향이 예상된다.
◆주주 채권단 모두 ‘촉각’
신한은행과 MBK파트너스는 각각 채권단과 주요 주주들을 대리해 오는 7월 말 만기가 도래하는 인수금융 연장을 위한 실무 협의에 착수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씨앤앰 지분 93.81%를 들고 있는 특수목적회사(SPC)인 국민유선방송투자(1조5600억원)와 씨앤앰 자체 대출(6300억원) 등 총 2조1900억원 규모의 인수 금융이 대상이다.
MBK는 씨앤앰 매각을 여유 있게 추진하기 위해 최소 2년 이상 만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채권단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와 신한은행은 만기 연장 과정에서 대출 금리와 지급 조건 등을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투자자별 연 5.5~7%에 달하는 대출 금리 일부 또는 전부를 유예하고 매각이 완료된 뒤 지급하는 현물지급(payment in kind) 방안과 상장 자회사인 IHQ 지분(56.73%) 일부 매각 및 추가 신용 보강 등의 리파이낸싱(차환)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양측은 오는 4월 말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씨앤앰 채권단은 대형 시중은행뿐 아니라 국민연금, 한화, 새마을금고중앙회 등 국내 22개 대형 금융회사가 포함돼 있다.
리파이낸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체 채권단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의 경영권 매각가격(1조8500억원)이 채권단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확인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CJ헬로비전과 비슷한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팔리면 매각금액은 최대 1조300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SPC가 채권단으로부터 빌린 1조5600억원에 모자란다. 이 경우 씨앤앰에 약 9500억원을 투자한 주주들은 전액 투자 손실, 채권자들은 대출원금 중 2000억~5000억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
◆“씨앤앰, CJ헬로비전과 다르다”
이에 따라 3년6개월 전에 씨앤앰 인수금융 참여와 불참을 결정했던 금융회사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씨앤앰은 연간 3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창출하는 견실한 蓚汰潔鄕嗤?씨앤앰 경영권을 인수한 PEF들의 이자 부담은 불어날 것으로 예상돼 당시 리파이낸싱 참여 여부를 놓고 금융권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다소 이례적으로 대규모 투자(3600억원)를 결정하면서 리파이낸싱이 성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화생명과 새마을금고 하나은행 등이 뒤를 따랐다. 하지만 요즘 이들 투자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을 우려하며 인수금융 연장 방식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2012년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대출금을 전액 회수한 우리은행 농협중앙회 삼성생명 삼성화재 교보생명 등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MBK,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펀드 등 주주로 참여한 PEF들은 씨앤앰 매각이 성사되면 선순위 투자자들의 원리금을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 씨앤앰 매각 측 관계자는 “씨앤앰은 CJ헬로비전에 비해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20% 이상 높아 CJ헬로비전보다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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