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계획 시장에 알릴 기회"…포스코 등 화주 동의가 관건
한앤컴퍼니"몸집 키우자"…인수 땐 시장점유율 30%로↑
한진해운 벌크선 사업과 통합…비용절감 등 시너지 효과 기대
[ 유창재/김보라 기자 ] 토종 사모펀드(PE) 한앤컴퍼니가 현대상선으로부터 벌크전용선 사업을 인수하기로 했다. 선박 12척 등 사업 자산과 5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함께 인수하는 방식이다. 한앤컴퍼니는 2013년에도 한진해운의 벌크전용선 사업(현 에이치라인해운)을 인수한 바 있다. 해운업 업황 악화로 유동성 위기를 맞은 현대상선은 800%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소폭이나마 낮출 수 있고, 한앤컴퍼니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통해 투자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윈윈’ 거래라는 평가다.
◆현대상선 한숨 돌리나
장기운송계약을 맺고 발전·제철용 유연탄이나 철광석을 운반하는 벌크전용선 사업은 수익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꾸준히 흑자를 내는 사업이다. 업황이 악화되기 전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해운사들의 주력인 컨테이너선 사업이 대규 ?적자에 시달리면서 ‘그나마 돈을 버는 사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부채를 줄여야 하는 현대상선 입장에서는 현재 시장에 내놓으면 팔릴 만한 몇 안되는 사업중 하나인 셈이다.
현대상선은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작년 초에도 이 사업부를 매물로 내놓은 바 있다. IMM 프라이빗에쿼티(PE), 스틱인베스트먼트, H&Q 등 사모펀드 6~7곳이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가격에 대한 의견 차이로 매각이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벌크선 사업부를 분할해 별도 법인을 설립한 뒤 법인이 영구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방안도 추진됐지만 포스코와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 등 화주의 반대에 부딪혀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갔다.
최근 현대상선은 추가 자구계획이 미진하다는 이유로 법정관리도 불사하겠다는 채권단의 압력이 거세지자 한앤컴퍼니로의 매각을 전격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오는 4월 말과 7월 말 각각 2208억원, 2992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이 중 반드시 갚아야 하는 공모채 규모도 각각 1200억원, 2400억원에 달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6조원이 넘는 부채를 감안하면 6000억원 규모의 이번 거래로 현대상선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자구 노력과 의지를 시장과 정부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제3자에 사업을 매각하는 데도 화주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수송 안정성을 중시하는 화주들이 해당 사업이 우량회사인 에이치라인해운에 넘어가는 걸 반대할 것 같진 않다”고 전했다.
◆한앤컴퍼니의 전략은
한진해운의 벌크전용선 사업을 이미 인수한 한앤컴퍼니는 현대상선 벌크선 사업과의 합병으로 투자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일단 현재 약 20%인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약 30%로 높아진다. 양사가 지출하고 있는 중복 비용을 줄이면 시너지 효과도 만만치 않다.
이처럼 이미 투자한 업종의 기업을 추가로 인수하는 ‘애드온(add-on) 투자’는 사모펀드의 전형적인 가치 증대 전략 중 하나다. 국내 사모펀드 중에서는 한앤컴퍼니가 이 전략을 주로 사용한다. 한남시멘트와 대한시멘트를 인수해 시멘트 업계에 투자한 한앤컴퍼니는 최근 업계 1위인 쌍용양회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쌍용양회를 최종 인수하면 국내 시멘트 시장 점유율이 25%까지 높아진다. 10%대의 2위권 회사들을 따돌리고 업계를 주도할 수 있다.
유창재/김보라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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