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서 첫 창당대회로 세몰이
[ 이태훈/김기만 기자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3선·서울 구로을)이 21일 당 잔류를 선언, 국민의당에 비상이 걸렸다. 국민의당은 그동안 더민주에서 원내대표까지 지낸 박 의원에게 강한 ‘러브콜’을 보내왔다. 문재인 대표 사퇴 선언과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 영입 이후 야권 재편의 중심이 더민주 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모양새다.
국민의당은 이날 전남 보성과 광주광역시에서 안철수 의원, 한상진 공동 창당준비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남도·광주시당 창당대회를 각각 열었다. 창준위 발족 후 열린 첫 시·도당 창당대회로, 2012년 대선 때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의 진원지인 호남에서 다시 한번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창당대회 불과 몇 시간 전 박 의원이 당 잔류 기자회견을 열며 김이 빠졌다. 박 의원은 “국민의당은 MB(이명박 전 대통령)세력을 흡수할 것도 검토하는 등 중도로서의 행보를 하고 있다”며 “지금 국민이 바라는 건 강한 야당”이라고 잔류 배경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과 30년간 친분이 있는 박 의원은 선대위에서 주요 직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의원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더민주 합류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 전 총리가) 정치를 하시게 된다면 그럴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총리 역시 국민의당 영입 후보다.
안 의원은 전남도당 창당대회에서 박 의원의 발언을 의식한 듯 “어떤 분은 중도정당이 아니라 강한 야당이 필요할 때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싸우지 않아서 한국 정치가 망가진 게 아니다. 두 당이 앞에서는 싸우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담합해 다른 정치세력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은 탓”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안 의원을 포함해 더민주 탈당파 의원 15명이 합류할 때만 해도 곧 원내 교섭단체 구성 기준(20명)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22일 더민주를 탈당할 예정인 박지원 의원도 국민의당에 합류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이번주 내로 탈당할 것이라던 호남 의원 4명(김영록 이윤석 박혜자 이개호)도 관망세로 돌아섰다.
당 지지율도 빠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2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더민주 지지율은 25%로 지난주에 비해 2.5%포인트 올랐으나, 국민의당은 17%로 같은 기간 3.7%포인트 떨어졌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격차는 지난주에는 오차범위(±2.5%포인트) 내인 1.8%포인트였으나, 이번주에는 더민주가 국민의당을 오차범위 밖인 8%포인트 앞섰다.
이태훈/보성·광주=김기만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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