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가 발전해 국민이 해외여행을 하기 시작하면 매년 10~15%가 이웃나라를 찾는다고 한다. 중국 국민 가운데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은 연 1억2000만명이다. 계산대로라면 이 가운데 매년 1200만~1800만명이 이웃나라를 찾는다. 중국인들이 찾을 이웃나라는 뻔하다. 한국과 일본이다.
이렇게 보면 최근 수년간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한국에 밀려온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한류의 인기 덕분에 한 해 600만명이나 찾아온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우리가 스페인 같은 관광천국이었으면 1800만명도 올 수 있었다는 얘기다.
日, ‘엔저+규제개혁’으로 질주
증가세를 지속하던 중국인 관광객 수가 작년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598만4170명으로 2014년보다 2.3% 줄었다. 대부분 작년 6~8월 동안 있었던 메르스 사태 탓으로 해석한다. 실제 그 기간에 전년 동기 대비 외국인 관광객 수가 40%나 줄었으니 타당한 분석이다. 그런데 여행에서는 이런 비상사태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 그 자체가 악재다. 당장 메르스 사태로 여행길이 막힌 요우커들은 ‘이웃나라’인 일본으로 몰려갔다!
작년 일본을 찾은 요우커는 499만3800명. 2014년보다 107.3% 늘어난 것으로, 놀라운 증가세다. 숫자로는 방한 중국인이 아직 100만명 정도 많지만 질적으로는 이미 일본의 우세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방한한 요우커의 객단가는 50만원대인 데 비해 일본을 찾은 요우커는 230만원을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춘제(春節·설) 연휴 약 10일간 일본을 방문한 요우커는 45만명에 달했다. 놀라운 것은 이 기간에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들이 쇼핑에만 약 60억위안(약 1조500억원)을 썼다는 사실이다. 중국 언론들이 컨테이너로 일제 상품을 들여오는 자국민을 비판하는 기사를 실을 정도로 ‘쇼핑 광풍’이 불었다. 명품가방, 보온병 등 전형적인 품목에다 TV, 에어컨, 음향기기, 주방용품, 비데, 공기정화기 등도 쓸어갔다. 한국에선 중저가 화장품 정도나 사가는 요우커들이 말이다.
韓, 뜨내기 장사로 이미지 실추
일본에 관광객이 몰리는 것은 물론 엔저 효과가 크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규제개혁의 힘이 적지 않다. 일본은 2014년 식품, 화장품 등으로 면세 적용 제품을 확대했고 약국 편의점 등 관광객 대상 소규모 면세점의 규제를 풀어 사후면세가 아니라 현장면세가 가능토록 했다. 이런 작은 면세점이 2만개가 넘는다. 비자 제도를 완화해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단체관광객 비자, 복수비자, 가족관광비자 등을 내주고 있다. 아베 총리는 2030년까지 연간 3000만명 방일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일본 방문객은 1973만명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런 일본에 비하면 우리는 밀려오는 요우커를 내치지나 않았나 반성이 필요할 정도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소셜미디어에 남긴 글 가운데는 “호텔인 줄 알았는데 지방 모텔이더라” “관광식당이 아니라 기사식당이더라’는 불만이 넘쳐난다.
정부는 엊그제 베이징에서 ‘한국 관광의 해’ 행사를 열고 ‘800만 요우커 방한’ 목표를 제시했다. 그런데 관광은 정부가 규제를 완화할 때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다. 5년마다 면세점 면허를 갱신하겠다는 식의 규제 마인드로는 절대 키울 수 없다. 정부가 풀어야 할 규제를 더 찾아내는 일부터 하시길.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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