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제약 류덕희 회장, 의약품국산화 외길 40년…다국적 제약사와 특허분쟁 '16전16승'

입력 2016-01-22 07:00  

김낙훈의 기업인탐구

의약품 생산업체 경동제약 류덕희 회장

성대 화학과 출신 류덕희 회장 "외국 제약사 콧대 꺾자" 생각
소규모 제약회사 운영하다 창업…연매출 1500억대 중견업체로 키워

개발한 주사 시험대상 찾지 못해 직접 임상대상…팔뚝 성한데 없어

국산화 때마다 다국적사와 소송…새 연구법 승부…모두 승소로 이끌어
"편한 길보다 옳은 길 꿋꿋이 갈 것"



[ 김낙훈 기자 ]
경동제약은 조용한 기업이다. 주로 전문의약품을 생산하다 보니 대외적으로 알려진 약도 별로 없다. 하지만 이 회사는 40년 동안 의약품 국산화 외길을 묵묵히 걸어왔고 최근 연구개발센터 준공을 계기로 신약 개발에 적극 나서는 등 미래 성장동력 찾기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 경기 화성시 양감면. 이곳에서 경동제약 연구개발(R&D)센터 준공식이 있었다. 류덕희 회장(78)은 이날 준공식에서 “이 자리에 멋진 연구개발센터를 완공하게 돼 무척 기쁘다”며 “이제 인류를 위해 좋은 약 개발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약 80억원이 투입된 연구개발센터는 그에게 큰 의미가 있다. 우선 작년은 경동제약이 설립된 지 40년을 맞은 해다. 양감면은 그가 태어나서 자란 고향이다. 1988년 설립한 중앙연구소 옆자리에 지상 3층 연면적 2868㎡ 규모로 건설한 연구센터는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고 글로벌화를 다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곳이다. 류 회장은 “이 센터가 앞으로 더 큰 성장으로 이어지는 터전이 되도록 연구진은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성균관대 화학과를 나온 류 회장은 친구들과 소규모 제약회사를 운영하다가 1975년 9월 창업했다. 창업 당시 사명은 유일상사였으나 곧 경동(京東)제약으로 바꿨다. 창업의 출발점이 ‘서울’이라는 의미와 밝은 해는 ‘동쪽’에서 떠오른다는 의미를 함께 담은 상호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 경동제약은 연매출(2014년) 1522억원, 종업원 550명의 중견 제약사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부채가 거의 없다. 류 회장은 “약간의 부채는 원료를 사다가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생긴 미지급금 등일 뿐 사실상 부채는 제로”라고 말했다. 그는 경동제약을 키우면서 세 가지 점에 주력했다.

첫째, 수입의약품 국산화다. ‘언제까지 한국이 외국 제약회사의 앞마당이 될 것인가’ 하는 게 창업 동기였다. 당시만 해도 글로벌 제약회사가 합작이나 기술제휴 방식으로 국내 의약품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이들은 특허라는 무기로 무장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품 국산화를 외친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었다. 상당수 제약업체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특허 공세가 무서워 국산화에 선뜻 나서질 못했다. 류 회장의 뜻에 공감해 ‘당분간 월급을 안 받아도 좋다’며 합류한 사람들로 창업 멤버를 꾸렸다. 새로 개발한 주사제를 실험할 대상을 찾기 어렵자 류 회장은 ‘모르모트’를 자청했다. 스스로 임상 대상이 돼서 새로 개발한 약의 주사를 맞아 팔뚝은 성한 곳이 없을 정도였다.

국산화에 나설 때마다 어김없이 다국적 제약사들은 특허소송을 걸어왔다. 이들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전적은 ‘16전 16승’.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다.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기 때문이다. 그가 당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류 회장은 “외국 거대 제약사를 상대로 20건이 넘는 특허무효소송을 제기해 모두 승소했다”고 덧붙였다.

경동제약은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수입에 의존하던 다수 의약품의 합성법과 새로운 제조방법 개발로 속속 수입대체 효과를 거뒀다. 혈압강하제 등이 대표적이다. 순수 국내 기술로 우수의약품을 생산·공급해왔다.

1987년 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에 맞는 공장을 구축한 뒤 1988년 중앙연구소를 설립하고 전문 연구인력을 채용해 신제품 개발 및 품질 개선을 위해 매년 매출의 3~5%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하고 있다. 이 회사의 특허는 국내외를 합쳐 51건에 이른다.

둘째, 원료의약품 개발이다. 주로 수입에 의존하던 원료의약품을 직접 합성하고 새로운 약물전달 기술을 꾸준히 개발했다. 류 회장은 “소염진통제, 항바이러스제와 같은 원료의약품을 국내 최초로 합성하고 혈압강하제 및 전립선비대증치료제 등의 제형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주력제품 대부분은 직접 생산한 원료를 투입하고 있다”며 “개발 중인 제품 또한 원료합성부터 완제품까지 모두 자체 연구진이 진행함으로써 수입대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규정보다 까다로운 유럽과 미국의 의약품 규정을 충족하는 제품 생산을 위해 300억원에 가까운 자본을 투자해 2006년 6월 최신 GMP 공장을 완공했다.

셋째, 글로벌시장 개척이다. 류 회장은 동남아, 유럽, 중남미 등지를 발로 뛰며 시장을 뚫었다. 그는 “한 번 출장에 나서면 유럽을 거쳐 콜롬비아 칠레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를 거쳐 귀국하는 등 지구를 한 바퀴 돈 적도 있다”고 말했다. 약품 하나를 팔기 위해 적도 고원지대인 보고타에서 상담을 벌이고 브라질 상파울루 소재 유통업체의 신용도를 조사하는 등 발로 뛰며 마케팅해왔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2007년 ‘300만달러 수출탑’을 받은 데 이어 2013년 ‘1000만달러 수출탑’, 2014년 ‘2000만달러 수출탑’을 받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최근 7년 새 수출이 7배가량 늘어났다.

경동제약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기업성장과 함께 얻어지는 이윤을 사회에 환원해왔다. 최근 10년간 여러 사회복지시설 등에 기부한 현금만 약 210억원에 이른다. 매년 코스닥 상장법인 매출 대비 기부금 비율 순위에서 상위를 기록하며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류 회장은 2001년 사재를 출연해 송천재단을 설립했으며 재단의 현재 기본재산 평가액은 200여억원에 이른다. 2015년 말 현재까지 국내외 대학원생, 대학생 및 중고교생 1964명에게 45억원의 장학금과 학술연구비를 지급하고 각 대학, 연구기관 등에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등 매년 이익의 10% 범위에서 다양한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이런 노력에 힘입어 금탑산업훈장, 코스닥대상, 경영자대상 등을 받았다.

가톨릭 신자로 2012년에는 교황청으로부터 성십자가훈장을 받기도 한 류 회장의 세례명은 모세다. 모세는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의 압제에서 구한 성경 속 인물이다. 그는 “모세는 내가 닮고 싶은 인물”이라며 “편한 길보다는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꿋꿋이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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