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I는 연애 아닌 결혼…합병 효과 잘 따져봐야

입력 2016-01-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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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카페

M&A는 물리적 결합
조직의 문화적 통합 중요

비전·사업방식 등 고려
신중하게 판단해 실행을



기업이 성장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자체 역량을 통해 회사를 키워가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인수합병(M&A)이나 제휴를 통해 외부에서 역량을 수혈하는 것이다.

스스로 힘으로 역량을 강화하고 몸집을 키워나가는 것은 이상적이나 만만치 않다. 요즘처럼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인력을 양성해 조직의 힘을 키우기까지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최근 기업들이 역량 있는 외부 기업을 사들이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M&A가 대기업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은 사라진 지 오래다. 물론 M&A도 쉬운 일은 아니다. 법률적 문제 등 전문적인 분야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

M&A에 성공해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 조직을 합치는 것은 절반의 성공일 뿐이다. 여러 조직을 합치는 이유는 각자 잘하자는 것이 아니라 합병의 시너지를 통해 더 큰 성장을 도모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조직의 문화적 결합을 통한 화합적 통합을 이뤄야 한다. 조직융합관리(PMI)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필자가 프로젝트를 했던 A蓚汰?3~4년 사이에 5~6개 기업과 M&A를 했다. 업종, 규모,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하니 충분한 시너지가 기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로 흘러갔다. 조직은 합쳐졌으나 구성원들은 서로를 몰랐다. 조직 간의 문화 차이에서 오는 이해 부족으로 갈등만 커졌다. 합병한 쪽의 구성원들은 왜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해 상대편을 합병했는지 영문을 몰랐다. 피합병 조직 구성원의 피해의식은 커져만 갔다. 차별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심리적 박탈감에 늘 부족함을 느꼈다. 일도 다르고, 사람도 다르니 내 할 일만 하면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흔히 PMI는 연애가 아니라 결혼이라고 한다. 좋다는 감정만으로 관계를 시작하는 연애와는 달리 결혼은 관계에 대한 책임을 수반한다. 당사자뿐 아니라 서로의 가족과 같은 이해관계자도 늘어난다. 결혼식, 혼수, 생활비 등 현실적인 계산이 뒤따른다. 시작하기도 쉽지 않지만 끝내기도 쉽지 않다. 모든 변수와 가능성을 따져 보고 고려해 본 결과 결혼을 하게 된다. 좀 더 신중한 결정과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한 것이 결혼이다.

성공적인 결혼은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상대방이 누구인지 면밀하게 따져 봐야 한다. 어떤 성격과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시작해야 한다. 서로를 이해했다면 둘이 맺어져야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결혼의 의의를 찾았다면 서로가 꿈꾸는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의논해야 한다. 부부가 되고 가정을 이루고 앞으로 어떤 지향점을 향해 갈 것인지 말이다. 마지막으로 그 지향점으로 나아가기 위해 서로 어떤 것을 지키고 노력할 것인지 약속한다.

A기업도 결혼하듯이 PMI를 실행하고 있다. 제일 먼저 두 조직의 구성원들이 상대 조직의 문화와 사업방식, 특징을 이해하도록 했다. 지피지기라고 상대방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어떤 판단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합병의 의미와 의의를 함께 찾았다. 경영층의 전략적 판단이었다는 것은 구성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답으로는 부족하다. 두 조직이 합병을 통해 어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답을 구성원들이 찾아낼 수 있도록 했다. 세 번째는 비전을 공유했다. 조직이 합쳐짐으로써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함께 꿈꾸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각자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다짐했다. 막연히 잘해보자가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 약속을 정하고, 필요한 역량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스스로 다짐하도록 한 것이다.

A기업의 PMI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초반에 문화적 결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어려웠던 것을 반성하며 인생의 반려자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설계하듯이 조심스럽게 실행하고 있다.

조미나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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