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200원 시대'다. 연초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10원을 뛰어넘어 5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하면 자본 유출에 대한 공포심은 커진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해 강(强)달러의 속도전이 진행 중인 데다 위안화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불안병이 도졌다. 글로벌 환율 전쟁에서 원화가 나아가야 할 길을 외환시장에 물어봤다. [편집자주]
한겨울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서울 한복판 중구에 있는 신한은행 본점 2층 외환 '딜링룸'(외환 거래실). 한파보다 차갑게 식어가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핫머니'(투기 자금)의 뜨거운 흔적을 매의 눈으로 쫓는 이가 있다.
분주한 딜링룸, 수십여명의 외환딜러들 사이에 유신익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리서치팀장·사진)가 섞여 있다. 그는 직접 거래를 하는 딜러는 아니지만, 실시간으로 국내외 이슈를 분석하고 외환 거래에 합리적인 방향을 조언하는 작전 참모 같은 존재다.
유 팀장은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초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미국 玭???대한 중국 위안화와 홍콩달러 환율"이라며 "홍콩달러는 미국 달러화 강세에 대한 기대 심리와 위안화 약세가 겹치면서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달러화는 미국 달러화 대비 고정환율제(페그제)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 1달러당 7.75~7.85 홍콩달러 사이에서만 움직이도록 하는 페그제를 33년째 운영 중이다.
유 팀장은 "위안화 약세(가치 하락)의 경우는 미국 달러화 대비 어느 선까지 진행이 되고 언제쯤 멈출지에 대한 고민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위안화 약세에 대해 그는 "올해 위안화 환율은 급격한 변동과 안정을 간헐적으로 반복하면서 결국 현 수준보다 소폭 절하된 수준에서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올해 평균 위안화 환율은 6.53위안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중국의 통화정책 수단과 실질적인 금융시장 개방 의지가 시장에 돌발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영향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곡점이 될 만한 요인으로는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를 첫손에 꼽았다. 금리인상 속도는 지난해 말 예상보다 더 늦춰져 연내 50bp(1bp=0.01%포인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뒤집힌 'U 커브' 형태의 흐름을 보이면서 1200원 수준보다는 내려올 것이라며 연 평균 환율은 1170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정책 목표 살펴야…위안화 절하 부수적 현상"
중국 위안화 환율 전망에 대해서는 '큰 그림'을 봐야 한다며 특히 중국 당국의 의지를 읽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팀장은 "중국이 중장기적으로 위안화 절하를 용인했다고 보는 것보다 정확하게 따지자면 위안화 활용도를 선진국 통화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목표에 따른 부수적인 결과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 환율제도를 지난해 12월 달러 고정환율제(페그제)에서 주요 13개국 통화에 대응하는 관리변동환율제로 변경, 시행한다고 밝혔다.
최근의 시장 상황만을 놓고 위안화의 방향성을 예단해서는 안 된다고 유 팀장은 지적했다.그는 "위안화가 중장기적인 하락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과도한 우려"라며 "현재 상황은 변동환율제 시행 등 금융시장 개방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풀이했다.
유 팀장은 "올해 평균 위안화 환율은 6.53위안 수준에서 결국 안정을 찾을 것"이라며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와 국제유가 안정 등 다른 대외 여건에 따라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서 우려가 사그라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전날 위안화 기준환율을 직전일과 거의 비슷한 달러당 6.5585위안으로 고시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중국의 정책을 보면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는 의지가 강력해 보인다"며 "급격한 위안화 절하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부분과 금융시장에서의 자본 유출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초 중국 상하이증시가 시행했던 '서킷브레이커' 같은 제도를 단적인 사례로 꼽았다. 그 ?"결과적으로 (섣부른 서킷브레이커 제도 시행은) 정책적인 실책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더 키웠던 측면이 있다"면서 "다만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어떤 수단이라도 쓸 수 있다는 의지는 읽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해석했다.
◆"원·달러 환율 '뒤집힌 U자형' 흐름…올해 평균 1170원 수준 전망"
원·달러 환율에 대해서는 '오버슈팅'(과열 국면)됐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신흥국 자금 유출 우려가 겹쳐지면서 과열됐다는 분석이다.
유 팀장은 "현재 원화 환율은 미국 달러화 강세 흐름에 글로벌 경기 개선 동력(모멘텀) 둔화와 중국 시장 우려 등 부정적인 이슈가 겹쳐지면서 과열된 것"이라며 "일단 중국 이슈만 완화되면 원화 환율의 변동폭은 오히려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점쳤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30원(0.02%) 내린 1213.7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올해 환율은 '뒤집힌 U자' 형태의 추이를 보이면서 평균 1170원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상반기 중에는 완만한 흐름을 보이면서 2~3분기 중 정점을 지나고 4분기에 하향 안정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반기 중에는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에 따라 살피면서 더 오를 여지가 남아 있다고 유 팀장은 내다봤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에 대해 그는 "올해 두 차례에 걸쳐 50bp 인상 정도가 합리적인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연간 경제성장률이 2% 중반대로 전망되지만 최근 투자지표들이 모두 둔화되는 흐름이고, 한파에 따른 계절적인 영향을 점검하는 시간 역시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외적인 변수 외에도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이 또 하나의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유 팀장은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경기 추세나 주요국의 정책 중 무엇하나 확실하게 기댈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과도한 불안감과 부정적인 시각은 역으로 금융시장의 가격변수를 훼손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민하 한경닷컴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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