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갈등에 발목 잡혀 어떤 개혁과제도 추진 못해
경제성장률 둔화보다 역동성 저하가 더 큰 문제
[ 뉴욕=이심기 기자 ]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사진)은 “한국은 성장률 둔화보다는 한국의 브랜드인 역동성이 떨어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정치권을 겨냥해 “정치적 실패로 사회적 합의 기능을 상실했다”며 “어떤 개혁 과제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 국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맨해튼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2016년 한국 경제 전망’ 토론회에 나와 “한국은 장기 성장을 위한 구조개혁에 실패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지만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구조개혁을 위한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국장은 또 “한국이 글로벌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근본 원인으로 ‘경쟁의 실종’을 꼽았다. 그는 “과거 한국은 제조업 시장을 개방하고 경쟁해 지금까지 성장 構?살아남았다”며 “이 과정을 포기한 것이 한국이 크지 못하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익단체의 반대로 교육, 법률, 의료 등 서비스 시장 개방이 더딘 것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서비스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것이 일자리를 지키고 시장을 보호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 일본이 주도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과거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제조업의 성장이 막힌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인 서비스업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TPP 가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세계 경제가 가라앉고 있는 것은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데 이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국장은 한국의 역동성이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으로 사회적 합의의 상실을 꼽았다. 그는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고 정치적 합의를 통해 성장하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은 그 어떤 정책도 사회적, 정치적 갈등에 묶여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며 “그 결과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개혁과 관련해선 “한국의 노동시장은 더 유연해져야 기존 산업에서 신성장 산업으로 이전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문제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조건 노동시장의 유연화 정책을 쓰는 것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며 “고용의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그 과정에서 정규직을 더 채용하는 사업주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득 재분배와 관련한 사회 갈등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최근 중국의 경기 둔화와 관련해 “중국의 경제 패러다임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바뀌는 중이기 때문에 6%대 성장률은 이미 예상한 수준”이라며 “중국 정부가 상황 관리를 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작년 말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경제에 미친 직접적인 영향은 작았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점에서 간접적인 영향은 컸다”고 설명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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