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두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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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1880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6개월간의 폭설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쌓인 눈이 2층집 창문을 덮을 정도여서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 모두가 살을 에는 추위와 굶주림, 공포에 떨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꺼번에 녹은 눈 때문에 홍수가 나 마을 전체가 수몰되는 등 2, 3차사고까지 터졌다.
자연재해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덮친다. 올 겨울엔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가 ‘역대급’ 폭설과 한파로 고통을 겪고 있다. 미국 중·동부 11개 주에 비상령이 내려졌다. 워싱턴DC 일원에는 시속 80㎞의 강풍과 함께 60㎝ 이상의 눈이 쌓였다. 1922년 1월의 71㎝에 이어 사상 두 번째 적설량이다. 13개 주 20만여 가구는 정전으로 밤새 떨었다.
버스와 지하철은 물론이고 하늘과 바닷길도 막혔다. 1만편 이상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다. 해안 지역에서는 강풍에 의한 해일로 물난리까지 났다. 벌써 수십명의 사상자가 생겼다. 이번 눈폭풍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미국 인구의 4분의 1인 85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스노마겟돈’(snowmageddon: 눈+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 ‘스노질라’(snowzilla: 눈+괴수를 뜻하는 고질라)라는 말까지 나돈다.
중국 대륙도 얼어붙었다. 네이멍구(內蒙古) 일부 지역은 영하 48도까지 내려가면서 올 겨울 최저치를 경신했다. 상하이도 35년 만의 한파를 기록했다. 언론들은 “중국 전역이 냉동고로 변했다”고 보도했다. 25일엔 더 추울 것이라고 한다. 일본 열도도 폭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비교적 따뜻한 규슈(九州)와 시코쿠(四國)까지 눈에 덮였으니 이례적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제주공항이 32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과 강풍으로 마비됐다. 사흘째 7만여명이 발이 묶여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모두들 애가 탄다. 그 와중에 항공사에 “책임지라”며 욕설을 퍼붓고 삿대질하는 사람도 있다. 자연재해는 같지만 그것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는 문명 수준에 따라 다르기도 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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