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경제민주화와 일자리는 상극

입력 2016-01-24 18:07  

옛 유고연방의 '근로자 경영체제'
경제민주화의 실체 드러낸 교훈
기업 자율 보장해야 일자리 창출

김영봉 <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 >



지난해부터 ‘흙수저’ ‘헬조선’ 같은 단어들이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다. 이를 비춰 볼 때 올해 총선에서 경제민주화 광풍은 더욱 드세질 듯하다.

‘경제민주화의 대부’로 알려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은 입당 기자회견에서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구현할 정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과연 경제민주화가 무엇인지 국민이 제대로 알아야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오늘날 명확히 정의되지 못한 개념이기 때문에 저마다 해석이 다르다. 오직 한국에서만 일상어로 쓰이고 있다. 원래 ‘경제민주주의’의 고전적 개념은 작업장이나 회사자본도 정치적 민주주의와 같이 ‘1인 1표주의’로 지배시키려는 것이다.

현실적 모델로는 1960년대 유고슬라비아연방이 도입한 ‘근로자 경영체제’가 유일하다. 이 체제에선 종업원 5인 이상의 모든 사업체가 ‘근로자 경영기업’이 된다. 또 근로자 대표기관인 ‘근로자평의회’가 생산 판매 고용 분배 등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권을 가진다.

이 체제의 문제점은 회사가 ‘기업’이 아니라 ‘정치적 집단’이 되는 것으로 곧 나타났다. 1인 1표 결정이 지배하자 모든 회사는 정치적 타협에 의해 노동력을 고용·배치했다. 표를 가진 기득권자의 해고는 불가능했다. 해고가 없으면 당연히 고용도 없다. 우량 기업들은 새 식구를 뽑지 않았다.

다른 한편으론 창업이나 창업자본 같은 것은 존재할 수 없었다. 어렵게 창업해 봤자 경영권과 열매는 노동자의 소유가 되기 때문이다. 5인 이하 기업이 추가 고용을 하는 건 자살행위와 같았다. 반면 수익성이 없는 업체는 극히 빈곤해졌다. 동일 직능·동일 노동자가 부자 회사에 속하면 1만디나르(dinar)를, 허덕이는 회사에선 1000디나르를 받았다. 국가는 수천 개의 집단이기주의 업체가 과소 고용·과소 생산하고, 모두 자기 이익 극대화를 위해 극렬히 투쟁·분열하는 나라가 됐다. 이후 근로자 경영체제는 폐기되고, 유고연방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등으로 해체돼 참혹한 내란을 겪었다.

이런 유고연방의 사례는 오늘날 일어나는 수많은 한국적 사태를 연상케 한다. 취업시장의 절벽, 깨지는 노·사·정 회의, 극단적 이기주의의 기득권 노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비정규직 차별, 성장하지 않겠다는 중소기업, 세계 83위에 불과한 노동시장 유연성, 이에 질려 만연된 투자 기피 등…. 유고연방의 경험은 경제민주화 국가의 종착역이 어디인지를 예시하는 지도가 된다.

1987년 우리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이 처음 삽입됐을 때, 그 의미는 당시의 강력한 정부 주도 경제운영체제를 민간 주도로 바꾸자는 것이었다고 한다. 더불어 노사 간 평화, 적정소득 분배의 도모와 ‘대기업 규제에 대한 정부 개입의 한계’를 설정하자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후 경제민주화 내용은 경제 평등주의, 다시 말해 반(反)재벌, 대기업 목 조이기의 동의어로 180도 변질됐다. 서비스산업발전법, 의료법 등을 ‘재벌특혜법’이라 명명해 기필코 막고 있다. 이런 이념은 경제와 고용에 치명적이다. 기업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생존하고, 혁신·번영하는 것이다. 이를 평등주의적 경제민주화의 틀에 가두어 어찌하자는 것인가.

극단의 양극화와 불평등 불식은 우리 사회가 지향할 가치며 과제다. 그러나 국가가 이런 획일화에만 집착한다면 무산(無産)·무직(無職)의 평등국가로 직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늘날 국민이 가장 절실히 요구하는 건 일자리다. ‘흙수저’ ‘헬조선’ 담론도 일자리 고갈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일자리는 이른바 경제민주화 정책과 100% 상충하는 것이다. 국민이 이 점을 알아야 올해 총선이 ‘제대로 된’ 선거가 될 것이다.

김영봉 <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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