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값 떨어지면 소비 증가해
2년 내 가격도 다시 반등
탄소 가장 적게 배출되는 천연가스 수요도 늘어날 것
[ 심성미 기자 ] “저유가 시대는 길어야 2년이면 끝납니다.”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24일 서울 남대문로5가 가스공사 스마트워크센터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유가가 다시 상승할 것에 대비해 해외 자원 개발은 계속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에너지 가격은 오르고 내리는 주기를 반복하기 마련이라는 설명이다. 이 사장이 지난 7월 취임 후 특정 언론과 공식 인터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석유값이 떨어지면 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도 다시 반등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석유 가격이 쉽사리 오르지 않는 건 에너지 소비를 위한 기본 요건인 소비 장치를 설치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가격 반등 시기는 2년 후쯤으로 잡았다. 이 사장은 “1년이면 유가가 다시 오르는 시기가 돌아오는 데 충분한 시간이지만 최근 경기 침체로 인해 에너지 소비량 자체가 줄어든 탓에 가격이 다시 반등하기까지는 2년가량 걸릴 거라는 게 내 생각”이라며 “다시 다가올 고(高)유가 시대에 대비해 해외자원 개발은 꾸준히 시도해야 한다”고 했다.
이 사장의 가장 큰 고민은 가스공사 매출 부진과 해외 자원 개발 구조조정이다. 작년 3분기 가스공사 매출은 4조389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3.6% 감소했다. 저(低)유가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소비자의 생활 패턴이 변화하면서 난방 연료 등이 도시가스에서 다양한 전기기기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앞으로도 전통적인 가스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신(新)기후체제가 적용되면 장기적으로 천연가스 수요는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사장은 “2020년 이후부터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석탄 소비를 줄이게 될 것”이라며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가 경제적 효율성을 갖추기 전까지 향후 최소 100년간은 기존 에너지원 중 탄소가 가장 적게 배출되는 천연가스가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주민 반대로 인해 석탄이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소규모 연료전지 분산 전원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연료전지 분산 전원은 소음이나 매연도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가스공사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르면 다음달 말 ‘해외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 용역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각 〕恪?공기업이 에너지원별 자원 탐사와 개발, 구매를 따로 담당했지만 정부는 이 역할을 한 곳의 공기업에 몰아주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예컨대 에너지 개발은 석유공사에, 구매는 가스공사에 할당하는 식이다.
이 사장은 이에 대해 “가스공사의 하류(운반)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탐사는 70점, 액화천연가스(LNG) 액화 기술은 40점에 불과하다”며 “한국 가스산업의 발전을 위해 가스공사는 자원 개발과 구매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구상하는 역할별 분산 방식을 가스공사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설명이다. 그는 “세계적인 탐사기업과 함께 자원을 개발하면서 현장 기술을 배워야 한다”며 “지금까지는 가스공사가 단일 기업으로 구매력 전 세계 1위였기 때문에 굴지의 탐사기업이 가스공사와 기꺼이 손잡고 탐사 개발에 나섰지만 구매 능력이 없어진다면 자원 개발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진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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