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대란 막기 위한 선제조치"
전문가 "분양물량 감소 불가피"
건설사 "내 집 마련 기회 박탈"
[ 문혜정 기자 ]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단 대출 보증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을 줄여 아파트 공급 물량 축소를 유도키로 했다. 입주 물량 과다로 2~3년 뒤 집값이 급락하는 것을 사전에 막겠다는 것이다. 공급 과잉 우려가 잦아들면서 시장 안정화에 기여하겠지만 시행사와 건설사들은 사업 계획에 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증 심사 깐깐해진다
24일 주택도시보증공사 고위 관계자는 “올해 아파트 공급 물량이 작년 대비 30% 정도 줄어들면 2017년과 2018년에 ‘입주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라며 “올해 ‘주택사업금융(PF)’ 보증과 ‘주택구입자금(중도금 집단 대출)’ 보증 심사를 상당히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 대출 보증은 2014년 21조1592억원에서 작년 39조431억원으로 85% 급증했다.
삼성물산 등 일부 건설사를 제외한 대부분 건설사는 집단 대출을 받을 때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을 받고 있다. 보증을 받으면 대출 금리가 연 3.5% 전후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보증서가 없으면 건설사 신용에 따른 금리를 적용받아 대출 금리가 최대 두 배까지 올라간다. 분양가격이 올라가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보증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곳들이 줄줄이 분양을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금융당국이 제1금융권의 집단 대출만 억제해 제2금융권을 통해 집단 대출을 받는 것이 가능했다”며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을 해주지 않으면 금융회사에 상관없이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입지, 분양가격, 수급여건, 공급회사 재무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집단 대출 가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PF대출 규제도 아파트 공급 물량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나 중소형 건설사들은 PF대출 보증을 통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빌렸다. 보증이 없으면 사업 자체를 진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시행사는 계약금(땅값의 10%)만 가지고 주택을 지을 토지를 사들인다. 나머지 자금은 금융권에서 PF대출로 조달한다. 이때 대출 금리가 많게는 연 7~8%에 달하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가 표준 PF대출 보증서를 제공하면 대출 금리가 연 3%대 초반까지 낮아진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시장 상황에 따라 분양 보증도 강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시행사나 건설사들이 최종 분양가를 책정한 뒤 견본주택을 열기 직전에야 요구하던 주택분양보증(수분양자의 계약금 및 중도금 보증)도 최소 보름에서 한 달 전에 신청하라고 안내할 계획이다. 대규모 분양은 분할·순차 분양과 분양 시기를 늦추는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취지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시장이 상승세를 띠면서 건설사들이 오래 묵혀 온 용지에서 주택 공급을 쏟아냈고 (우리도) 용인 등 일부 지역에서 한꺼번에 대규모 아파트가 나오는 것을 놓친 측면이 있다”며 “올해는 미분양이 발생할 수 있는 사업장을 미리 솎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 대란 예방” vs “주택사업 직격탄”
일각에선 올해 공급량 축소가 2018년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미(未)입주 사태를 막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4~2015년 분양된 아파트(87만가구)는 2017년 말~2018년 입주가 본격 시작된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1년간의 공급 과잉은 시간이 지나면 해소되지만 공급 과잉이 2~3년 지속되면 문제가 된다”며 “작년에 사상 최대의 주택이 공급됐지만 올해 공급 물량을 대폭 줄이면 미입주 충격을 완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 건설업체 임원은 “몇 년째 준비해온 사업을 보증을 못 받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영세한 시행사나 건설사가 부도가 나면 내수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건설사 임원도 “선분양 구조에서는 중도금을 대출받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집단 대출을 규제하는 것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하고, 금리를 높여 소비자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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