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부처간 나눠먹기'?
멈춰선 '조세불복 심판'
[ 조진형 기자 ] 국무총리실 산하 준(準)사법기관인 조세심판원의 ‘수뇌부 공백’ 상태가 길어지고 있다. 김형돈 전 원장이 퇴임한 지 보름이 지나도록 후임이 결정되지 않고 있는 것. 심판원장 자리도 지난해 심판관 인사 때와 마찬가지로 ‘부처 나눠먹기’식으로 결정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관가에선 신임 심판원장 인사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애초엔 기획재정부 세제실 H국장이 낙점됐지만 지난주 기재부 인사 독점 논란이 불거지면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무총리실이 신속하게 청와대에 총리실 출신 현직 S심판관을 후보로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지방세 담당인 행정자치부 인사도 후보에 올라 있다는 얘기도 돈다. 기재부, 총리실, 행자부가 경쟁하는 양상이다.
심판원장은 총리실 1급(고위공무원 가급) 보직이다. 하지만 그 자리가 가지는 무게감은 어지간한 부처의 장·차관 못지않다는 게 세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심판원장은 ‘납세자 구제’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강력한 권한을 갖는다. 조세심판원이 한 해 다루는 조세불복 사건 8000여건 모두 원장 결제 없이는 확정되지 않는다. 원장은 중대한 사건에 대해선 심판관합동회의를 열고 재심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심판원장이 최종 구제하기로 한 조세불복 사건에 대해선 과세당국의 항소권도 없다. 그만큼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 퇴임 후엔 회계법인과 로펌에서 ‘모시기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심판원을 둘러싼 부처 간 인사 경쟁은 2008년 조직 개편 이후 벌어졌다. 심판원은 기재부 산하였다가 2008년 총리실 산하로 이동했다. 지난해에는 세제 경력이 거의 없는 행자부 출신 공무원이 심판관으로 선임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 세법 교수는 “심판원장은 일반 공무원과 달리 공정성과 투명성에 전문성까지 모두 고려해 선임해야 하는 중요한 자리”라며 “다른 고위공무원 자리처럼 돌려막기나 나눠먹기 인사를 할 수 없도록 사법부같이 독립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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