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절벽' 앞에서 전세계 1300여사 치킨게임
[ 전설리 기자 ] 애플 실적에 경고등이 켜졌다. 작년 4분기(10~12월) 아이폰 판매량 증가율이 2007년 아이폰 도입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올해 1분기(1~3월) 매출은 1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의 기업가치가 이미 구글에 역전당했다는 분석(파이낸셜타임스)도 나왔다. 스마트폰시장 고성장기가 저물었다는 진단과 맞물려 위기론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세계 스마트폰시장 성장률이 작년 13.1%에서 올해 7.4%로 처음으로 한 자릿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 엔진 식어가는 애플
애플은 작년 4분기 아이폰 7480만대를 판매했다고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0.4% 증가했지만 증가율은 2007년 아이폰 첫 제품 발매 이후 최저치다. 시장 전망(7650만대)에도 못 미쳤다. 4분기 매출은 759억달러, 순이익은 184억달러, 주당순이익은 3.28달러로 역대 최대치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러나 매출 증가율이 2013년 2분기 이후 가장 낮다고 분석했다. 애 쳄?“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 둔화와 달러 강세가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적 전망도 신통치 않다. 애플은 1분기 매출을 500억~530억달러로 제시했다. 작년 같은 기간 매출(580억달러)에 비해 9.4~16%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애플 매출이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WSJ는 분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애플 아이폰 성장 시대가 끝났다”고 진단했다.
애플이 조만간 ‘세계 최대 시가총액 기업’ 지위를 구글 지주사인 알파벳에 빼앗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구글이 주도하는 디지털 광고시장은 급성장하는 반면 애플이 주력하는 스마트폰시장은 포화 상태로 추가 성장 여력이 적다”고 분석했다.
이날 기준 애플과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5550억달러(약 666조원)와 4990억달러(약 599조원)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알파벳 시가총액은 애플의 절반에 불과했으나 최근 90% 안팎까지 따라잡았다.
◆“스마트폰 호시절 끝났다”
애플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은 세계 스마트폰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것과 연관이 깊다. 아이폰이 애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2에 이른다. SA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폰시장 성장률은 올해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질 전망이다. 2007년 애플 아이폰 판매로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지 3년 만인 2010년 세계 스마트폰시장 성장률은 71.2%에 이르렀다. 이후 2012년 40%대, 2014년 20%대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스마트폰 수요가 둔화하자 애플, 삼성전자는 물론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도 고전하고 있다. 주요 기술의 범용화로 고급형과 보급형 제품 격차가 줄어 경쟁도 치열해지는 추세다. 진입장벽이 낮아져 제조사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기 때문이다. 세계 스마트폰 제조업체 수는 1300여개에 이른다. TV 제조업체는 300여개다.
삼성전자는 2014년 갤럭시S5의 실패로 스마트폰 사업부문 실적이 크게 떨어진 뒤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고성장세를 보였던 중국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샤오미는 작년 판매 목표를 1억대로 잡았지만 실제 판매량은 턱없이 부족한 7700만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샤오미의 스마트폰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 폭스콘의 실적도 나빠졌다. 폭스콘은 “작년 1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줄었다”고 밝혔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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