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대란'이 바꾼 파생상품 시장

입력 2016-01-27 18:59  

'ELS 한파' 이정도였나…

월 2조이상 팔았던 H지수연계 판매액 1000억대로 뚝 떨어져
일부 회사 'H상품' 아예 안내놔

연 수익률 9% ELS 발행했지만 물량 부족해 투자는 '그림의 떡'

'수익 감소' 증권사들 목표 수정



[ 김우섭/송형석 기자 ]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 급락의 여파로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월 2조원 이상을 기록했던 상위 6개 증권사의 홍콩H지수 연계 ELS 판매액이 이달 들어 1000억원대까지 뚝 떨어졌다. 지수 하락으로 기존 상품의 조기상환(만기 전에 이자를 붙여 돌려주는 것)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신규 상품을 내놓기가 부담스러워졌다는 게 증권사들의 설명이다. 일부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홍콩H지수 ELS 상품을 찾는 문의가 늘고 있지만 상품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자취 감추는 신규 발행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ELS 판매 상위 6개 증권사(KDB대우, NH투자, 미래에셋, 삼성,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의 이번달 홍콩H지수 ELS 발행 금액은 1350억원을 기록했다. ELS 인기가 정점에 달했던 작년 6월(2조1150억원)의 6.38% 수준이다. 당시 3800억원 규모의 홍콩H지수 연계 ELS를 팔았던 한국투자증권은 이번달 아예 관련 상품을 내놓지 않았다. 신한금융투자(500억원)를 제외한 나머지 네 개 증권사 판매액도 100억~3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수가 계약 시점보다 약속한 수준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이자를 주는 파생상품이다. 만기는 보통 3년이고 6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를 준다.

ELS 발행 물량이 줄어든 건 홍콩H지수 급락으로 지난해 월 4조~7조원에 달했던 조기상환 금액이 이번달 3647억원(1~26일 기준)으로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자 업계는 ELS 발행 규모를 전월 상환 금액 이하로 제한하는 자율 결의를 시행하고 있다.

다음달 홍콩H지수 연계 ELS 발행 물량은 역대 최저치로 내려갈 전망이다.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은 다음달 홍콩H지수 연계 ELS 발행 물량을 100억원으로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대비 40분의 1 수준으로 준 것이다.

◆자산가들 “투자 타이밍 왔는데…”

ELS 판매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던 증권사들은 올해 목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ELS 판매 상위 증권사들은 보통 ELS 판매로 연 50억~1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한 증권사의 ELS 담당자는 “올해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ELS 위험을 분산(헤지)하다가 손실을 입은 회사의 이익 감소폭은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ELS 시장엔 한파가 몰아닥치고 逞嗤?일부 자산가 사이에선 ‘ELS 투자 타이밍이 왔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근 홍콩H지수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ELS 수익률은 크게 오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지난주 발행한 ELS 12031호의 연 수익률은 9.00%다. 유럽 대표기업의 주가를 지수화한 유로스톡스50, 미국 대표 지수인 S&P500,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되는 상품으로 계약 시점보다 40% 이상 주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이자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신한금융투자가 지난달 발행한 비슷한 조건의 ELS 상품 수익률은 연 6.7%였다. 한 달 새 2.3%포인트 오른 것이다. 문윤정 신한금융투자 대치센트레빌지점 PB는 “수익 조건이 좋아지면서 ELS 상품 가입을 문의하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며 “발행 물량이 달리는 것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우섭/송형석 기자 duter@hank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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