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자금력으로 잇단 '노크'
[ 이지훈 / 김태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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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핑안보험이 이번 인수전에서 앞서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핑안보험은 보험을 중심으로 증권, 신탁, 은행, 자산관리 분야에 자회사를 둔 종합금융그룹이다. 총자산 규모는 3조9000억위안(약 673조원)에 달한다.
중국 금융사들이 국내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풍부한 현금자산을 동원,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최근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무엇보다 한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선진화된 금융기법을 배울 수 있고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 높은 배당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국 금융사들은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랜드마크 건축물을 매입하고 동북아 시장에서는 금융사 인수합병에 나서는 두 갈래 해외 투자전략을 갖고 있다”며 “영업환경 악화로 국내 보험사가 시장에 잇따라 매물로 나오자 좋은 기회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위안화 국제화 정책을 추진하는 중국 정부가 금융사의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도 배경이다.
국내 보험업계에선 알리안츠생명 매각을 시작으로 올해 보험사 매각이 줄을 이룰 전망이다. PCA생명, KDB생명 등도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작업에 나선 상태다. 저금리 기조 속에 악화된 수익성, 보험시장 포화,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으로 인한 자본 확충 부담 등이 보험사 매물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꼽힌다.
영국계 PCA생명은 지난해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초 투하자본 재조정(리파이낸싱)에 성공한 ING생명도 상반기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KDB생명 역시 외국계 투자은행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인수후보 사전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업계는 알리안츠생명뿐만 아니라 매물로 나온 다른 국내 보험사들도 중국계 금융사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 곳의 생보사 외에도 향후 3년간 보험사 매물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다”며 “해당 보험사로선 중국계 자본을 제외하면 선뜻 인수전에 뛰어드는 투자자가 드문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지훈/김태호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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