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원샷법만으로 경제 살아나나"
노동개혁·서비스법 등 쟁점 법안도 안갯속
[ 이태훈/박종필/은정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합의 파기로 29일 예정됐던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의 본회의 처리가 무산되면서 여야 대치정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야는 원샷법 처리 자체에는 합의했다. 그러나 더민주가 입장을 바꿔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함께 처리하자고 주장하면서 본회의 개최가 무산됐다. 북한인권법도 여야가 법안의 목적에 대한 문구 조정에 실패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새누리·국민의당, 더민주 협공
이날 본회의가 불발되자 여야는 책임 공방을 벌이며 서로를 공격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양당 원내대표가 휴일 없이 수십 시간 협상해온 것을 파기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장의 첫 작품이 여야 藍?깨기”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본회의 불참을 선언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지난해 말까지 처리됐어야 할 제일 중요한 법안인 선거법을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법안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총회에서 “원샷법 내용을 들여다보면 경제 활성화라는 얘기를 갖다붙여 굉장히 시급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법만 있다고 해서 우리 경제가 살아나는 것이냐”고 했다.
박수현 더민주 대변인은 “원샷법을 처리하고 난 뒤 2+2(당대표·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매듭짓자는 (여당의) 구두 약속만 믿는 것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원샷법만 넘겨주는 것”이라며 “우리는 본회의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여야가) 회동해서 원샷법과 선거법을 함께 처리하자고 새누리당에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는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던 본회의를 미루며 본회의 참석 여부를 놓고 의원총회를 열어 갑론을박을 벌이는 등 하루종일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이 지난 28일 “아직도 과거의 민주화를 부르짖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당내 상황을 비판한 바 있다. 여야 쟁점법안 처리에 협조하면서 ‘달라진 야당’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됐지만, 결국 다시 ‘강경 모드’로 회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과정에서 여야 합의를 먼저 깨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새누리당은 물론 야권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국민의당의 협공을 당했다.
◆“여야 합의 확인 후 직권상정”
19대 국회의 구태로 지적됐던 법안 연계 처리 晥サ?어김없이 재등장했다. 더민주는 이날 오전 양당 정책위원회 의장 간 만남에서 탄소소재 융복합기술개발·기반조성지원법(탄소법)과 최저임금법도 함께 처리하자고 요구했다. 탄소법은 전북의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탄소산업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더민주가 호남 민심 공략을 위해 전략적으로 통과시키려는 법안이다.
더민주가 여야 합의를 뒤집고 원샷법과 선거법의 일괄 타결을 주장하면서 원샷법의 1월 임시국회(회기 2월7일까지) 통과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새누리당은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원샷법의 본회의 직권상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국회법에는 ‘여야 교섭단체 대표자가 합의할 경우 직권상정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다. 지난 23일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에서 원샷법 처리를 합의한 것이 국회법에 규정된 ‘여야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라는 게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정 의장은 다음달 1일 쟁점법안에 대한 심사기간 지정을 통한 직권상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 사항이 확인된다면 심사기일을 지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이민경 국회 부대변인이 전했다.
하지만 더민주가 원샷법의 직권상정 움직임에 반발해 향후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으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노동개혁 4법 등 잔여 쟁점 법안 처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이태훈/박종필/은정진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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