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객 편의 위한 무인심사대 방치…'밀입국 통로'로

입력 2016-01-31 18:23  

'수하물 대란' 이어 잇단 밀입국…뻥 뚫린 인천공항

보안·인력관리 총체적 난국
경보 울려도 제지할 사람 없어
위·변조 여권으로 밀입국 시도
하루 다섯건 이상씩 적발

전문성 없는 '낙하산'사장도 한몫
황 총리 "잇단 사고 경쟁력 위협"
"보안검색장에 이중 잠금문 설치"



[ 김인완 기자 ]
연초의 ‘수하물 대란’에 이어 밀입국 사건이 잇따라 두 건 발생하면서 인천공항의 보안 등 전체적인 관리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밀입국 시도자의 수법이 진화하고 있지만 낙후된 공항 보안 설비와 직원의 낮은 보안의식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여권 위·변조를 통해 인천공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건수가 하루 평균 5건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9일 출입국 무인심사대의 자동문을 강제로 열고 밀입국에 성공한 베트남인은 3주 전에도 입국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와 출입국사무소에 따르면 베트남 국적의 25세 남성 A씨는 지난 8일에도 환승 과정에서 입국을 시도했지만 입국 목적 불분명으로 거절됐다고 밝혔다.

30일 인천공항을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는 “연이은 隙逃?사고는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위협하고 국민 신뢰에 위기를 초래했다”며 “보안이 뚫리면 모든 것을 잃는 만큼 공항 운영 전반에 대한 보완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대담해지는 밀입국 시도

A씨에 앞서 21일에는 중국인 부부가 직원 전용 출입문을 통해 공항을 빠져나갔다. 중국인 부부는 나흘 만에 잡혔지만 A씨는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다. 연초(3일) ‘수하물 대란’이 발생한 지 한 달도 안돼 두 건의 보안사고가 불거진 것이다.

관계자들 은 밀입국 수법이 과감해지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한 인천공항 보안 담당자는 “과거에는 공항 환승로 천장 배관에 숨거나 대기실 창문에서 뛰어내려 공항 담을 넘는 등 공항 직원의 눈을 피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며 “최근에는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우거나 출입국 심사가 끝난 시간에 통로를 뚫고 들어오는 과감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입국 시도 수법도 다양하다. 2013년 4월에는 중국인 세 명이 중국 베이징에서 인천공항으로 와 승객이 내린 뒤 미국으로 가는 여객기 천장에 숨어 미국 밀입국을 시도했다가 미국 현지에서 검거됐다.

2014년 7월에는 베트남인 한 명이 환승을 목적으로 인천공항에 들어왔다가 항공사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계류장 출입문을 통해 밀입국을 시도하다 붙잡혔다.

여권 위·변조를 통한 밀입국 시도도 인천공항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 공항 보안당국에 따르면 여권 위·변조 적발 건수는 연평균 5500건으로 이 중 60% 정도인 2500~3000여건이 인천공항에서 발생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하루 5~8건 정도의 여권 위·변조 사례를 적발하고 있다”며 “적발 즉시 강제 출국조치하고 있다”고 했다.

◆허술한 인천공항 보안체계

인천공항의 보안체계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인 부부는 잠금 장치를 9분간 흔드는 것만으로 잠겨 있던 출입문을 열었다. 출입국 무인심사대의 자동문은 적절한 인증이 없으면 문이 열리지 않지만 베트남인은 힘으로 열고 나갔다. 시설이 전반적으로 낙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원들의 보안의식도 문제다. 환승 대기장에서 직원 전용 출입문으로 통하는 출입구는 원래 잠겨 있어야 하지만 매번 인증을 하고 출입하는 데 불편을 느낀 직원들이 열어놨다. 출입국 무인심사대 인근에는 보안요원이 없어 무단 진입에 따른 알람이 울렸는데도 제지하지 못했다.

특히 인천공항 경영 혁신 과정에서 도입한 각종 장치가 보완에 취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출입국 무인심사대는 급격히 늘어나는 인천공항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2008년 도입됐다. 하지만 밀입국을 시도하는 사람이 있을 때 이를 저지할 담당자가 없어 ‘밀입국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취약점이 노출됐다. 중국인 부부는 일본 단체비자를 소지한 외국인이 환승 항공권을 갖고 있으면 서울 및 수도권에서 72시간까지 머무를 수 있는 ‘환승관광 프로그램’을 악용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환승자들의 편의와 관광 수입 증대를 위해 도입됐다. 중국인 부부는 밀입국 시도에 앞서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입국을 시도했지만 입국 심사 과정에서 숙박할 호텔 이름을 대지 못해 입국이 거부됐다.

2013년 이후 불안정한 인천공항공사 경영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2013년 6월 사장에 임명됐던 정창수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이 강원지사 출마를 이유로 10개월 만에 사퇴한 뒤 10개월간 경영 공백이 생겼다. 이후 박완수 전 창원시장이 사장에 올랐지만 박 사장도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해 말 사퇴했다.

정부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보안 강화대책으로 보안검색장 문에 이중잠금 장치를 달고 문 이음새를 철심용접으로 고정하기로 했다. 출입구엔 경보기와 영상감시 장치도 설치하기로 했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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