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애 지역 넓히고 키오스크·촉지도 설치해 장애인 배려
[ 최병일 기자 ] 가족 중에 장애인이나 노인, 어린아이가 있으면 함께 여행을 떠날 엄두를 내기 어렵다. 경사가 가파른 곳에서 어떻게 이동할지, 화장실은 불편하지 않게 사용할 수 있는지 걱정부터 하게 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여행 취약계층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여행지는 없을까? 다행히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처음으로 ‘열린 관광지’를 선정하고, 관광 편의를 위한 시설 개선에 주력해온 결과 취약계층을 배려하는 ‘열린 관광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열린 관광지로 선정된 곳은 경주 보문관광단지,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곡성 섬진강기차마을,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 대구 근대골목, 한국민속촌 등 6개 지역이다.
이들 지역에는 다목적 화장실을 만들고 매표소 창구를 낮추는 한편 이동 경사로를 설치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손가락으로 더듬어 위치 및 간단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촉지 안내판도 만들었다. 장애인들은 “여행을 다니고 싶어도 훨체어를 타고 다닐 지역이 마땅치 않고 턱이나 계단이 많아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열린 관광지가 생기면서 한결 수월하게 여행할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증기기관차, 장미원, 동물농장, 레일바이크 시설 등 가족 단위 여행객이 즐겨찾는 전남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은 영·유아 동반 가족을 배려한 시설을 넓혔다.
‘3세부터 80세까지 3대가 편안한 관광’을 개선 목표로 삼은 뒤 이동로를 ‘무장애 구간’으로 개선하고 유모차와 휠체어를 빌려준다. 증기기관차를 오르내릴 때ㄹ 장애인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리프트를 설치하고 객차 내부도 개선했다.
전남에서 가장 빼어난 관광지로 손꼽히는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은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자연경관’을 개선 목표로 삼았다. 촉지 체험과 소리 체험 등 감각을 활용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시설을 넓히고 훨체어에 앉은 채 탑승할 수 있는 탐조선도 확보했다.
도심 속 역사문화 탐방로로 명성을 얻고 있는 대구 근대역사골목은 골목투어가 시작되는 청라언덕박물관에 관광안내판인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청라언덕에 있는 선교박물관(선교사 스윗즈 주택), 의료박물관(선교사 챔니스 주택), 교육역사박물관(선교사 블레어 주택)은 휠체어를 타고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어서 외부에서 키오스크를 통해 박물관 내부를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조선시대 생활상을 재현한 테마파크인 한국민속촌은 시청각 장애인과 외국인에게 민속촌의 다양한 시설과 환경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오디오가이드 시스템을 구축했다.
경주 보문관광단지는 ‘사계절 아름답고 안전한 호반 둘레길’을 개선 목표로 삼고 대표적 공연시설인 수상공연장을 장애인 친화적으로 바꿨다.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을 보강하고 장애인 전용관람석도 마련했다. 전용관람석에서는 장애인만 따로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와 동반해 앉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한려수도 전망대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망 촉지도를 만들었다. 눈으로는 한려수도를 보지 못해도 감각으로라도 체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창용 한국관광공사 복지팀장은 “한국민속촌의 옛 가옥에 완만한 경사로를 설치했더니 일반 관광객도 계단보다 경사로를 많이 이용하게 됐다”며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 결국은 모두를 위한 열린 관광”이라고 강조했다. 열린 관광지 조성을 희망하는 광역지방자치단체나 관광사업자는 문화체육관광부(mcst.go.kr), 한국관광공사(kto.visitkorea.or.kr) 홈페이지에서 신청서와 사업계획서를 내려받아 3월4일까지 열린 관광지 선정 사무국으로 신청하면 된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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