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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잠을 잘땐 무엇을 입고 자나요.” “샤넬 넘버5”.
마릴린 먼로의 대답으로 더욱 유명해진 빅히트 향수 ‘샤넬 넘버5’는 세가지 면에서 파격적인 제품이다. 첫째, 이 향수가 탄생한 1920년대는 단지 두세가지 성분을 섞어 향수를 만들던 시절이었다. 반면 샤넬 넘버5는 무려 80여가지 성분을 섞어 독특한 향을 만들어냈다. 패션디자이너인 가브리엘 샤넬은 러시아 조향사의 도움을 받아 이 향을 완성했다. 향수는 사넬 넘버5 이전과 이후로 구분된다. 그 정도로 혁신적인 제품이다. 둘째, 브랜드다. 아름다운 명칭 대신 과감하게 자신의 이름을 땄다.
셋째, 둥글고 화려한 디자인의 향수병을 단순한 형태로 바꿨다. 미니멀리즘이다. 사각형 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이 향수병은 ‘팔각형’이다. 모서리가 각이 져있다. 이 디자인은 21세기의 관점에서도 아주 멋진 디자인으로 꼽힌다. 어디서 이런 디자인의 영감을 얻었을까. 일부 연구자는 이런 모양이 파리 샤넬 본사 근처의 ‘방돔광장’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디자이너로 자리잡은 가브리엘 샤넬이 오랫동안 집무실로 쓰던 파리 캉봉에 가보면 그 유래를 추단할 수 있다. 그의 집무실 기념관 〈?중국에서 들여온 가구로 가득차 있다.
기자가 지난달 하순 이곳을 방문해 가구의 원산지를 묻자 기념관 안내자는 이들 가구가 “18세기 중국산”이라고 설명했다. 장롱에는 십장생 등 신선사상을 담은 무늬가 가득 새겨져 있다. 여기엔 놀랍게도 팔각형 문양이 등장한다. 뿐만 아니다. 또 다른 가구에는 병뚜껑과 병모양이 함께 그려진 듯한 문양도 나타난다. 그 안내자는 “아마도 샤넬이 이 가구에서 영감을 얻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설명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영감의 원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니멀리즘이다. 단순하면서 아름다운 디자인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디자인의 생명력은 어떤 디자인보다 길다.
스티브 잡스가 독일의 명품세탁기 밀레에서 영감을 얻어 단순한 디자인의 아이폰을 구상했듯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생명력은 단순하게 끝나는게 아니다. 한국에서도 단순하면서 아름다운 디자인이 많이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끝)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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